배우로 이름을 알리기 전부터 수현(31)은 미드(미국드라마) 팬이었다. ‘그레이 아나토미’ ‘오피스’ 같은 인기드라마를 몇 시간씩 몰아서 보곤 했다. 물론 그땐 자신이 미드에 출연하는 날이 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기회는 꿈처럼 찾아왔다. 미국 TV드라마 ‘마르코 폴로’(2014)에서 주요 배역을 따냈다.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과 비슷한 시기에 촬영을 진행하느라 당시엔 행복한 기분을 만끽하지 못했지만, 이제 와 돌아보니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다”고 했다.
‘마르코 폴로’는 13세기 몽골제국 쿠빌라이 칸 시대를 배경으로 이탈리아 탐험가 마르코 폴로의 이야기를 그린 사극이다. 수현은 여전사 쿠툴룬 역으로 출연한다. 세계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가 제작한 이 드라마는 하반기에 시즌2를 방영한다.
30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만난 수현은 “넷플릭스 덕분에 한국에서 ‘마르코 폴로’ 시즌2를 선보이게 돼 정말 기쁘다”며 한껏 들떴다. 헝가리, 슬로바키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진행된 촬영은 지난해 12월 끝났다. 수현은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또 촬영장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장을 즐겼다.
그럴 만도 했다. 선진적인 제작 환경이 수현의 마음을 잡았다. 대하드라마도 아닌데 8개월간 찍었다. 프리프로덕션이 아주 치밀했다. “체력훈련은 물론이고 사전 대본 리딩과 리허설을 자주 했어요. 외국 작품에서 전체 리딩을 하는 경우는 흔치 않거든요. 작가도 많고 감독도 많았어요.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를 책임지는 거죠. 굉장히 섬세한 작업이라 배우로서 만족감을 느꼈어요. 배운 점도 많았고요.”
시즌1 촬영 때는 영어 연기가 처음인 데다 사극 장르라 어려움을 겪었지만, 시즌2에선 한결 수월했다고 한다. 미국 드라마 제작환경에 익숙해진 덕이다. “여전사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연기에 힘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카리스마가 표현되더라”고 했다.
‘마르코 폴로’를 자신 있게 소개하는 이유는 또 있다. “메인 작가님 아버지가 한국전쟁에 참전하셨다고 해요. 동양 문화에 대한 이해가 깊더라고요. ‘마르코 폴로’를 통해 동양 문화를 다른 문화권에 소개하고 싶다는 얘기에 감명 받았어요. 한국 시청자들과도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을 것 같아요.”
수현은 MBC 월화드라마 ‘몬스터’에 출연 중이다. 할리우드 영화 ‘다크 타워’는 촬영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틈틈이 미국 영화 드라마 오디션도 보고 있다. “전형적이지 않은 동양인 캐릭터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해야죠. 그 전에 우선 휴가 좀 다녀오고요(웃음).”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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