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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매듭이 풀릴 때

입력
2016.07.0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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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골목에 사는 한 노인과 나는 처음부터 잘 지내지 못했다. 나보다 조금 늦게 이사 온 그는 낡은 오토바이를 늘 우리 집 대문 앞에 세워 공회전시키곤 했는데, 그게 사단이 되었다. 온 집안이 매연으로 매캐하던 어느 날, 나는 오토바이를 좀 옮겨달라고 부탁해야만 했다. 그는 ‘감히 내게!’ 하는 거친 태도를 보였는데,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의 노여움은 복리의 이자처럼 불어났다. 가끔 찾아오는 동네의 작은 개를 위해 우리 대문 앞에 놓아두는 작은 물그릇까지도 그는 그냥 보지 못하고 깨거나 밟아버렸다. 그런 사람과 같은 골목에 살며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괴로움은 한마디로 ‘리얼’했다. 이삼 층 높이로 있는 앞집의 기와가 골목으로 쏟아진 위험천만했던 지난 봄날. 아무것도 모르고 그 아래를 지나다니는 그를 계속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조심하라는 말을 하기 위해 내가 불러 세웠을 때, 그는 땡감을 씹은 표정으로 거만하게 돌아섰다. 그걸 보는 내 기분도 떫었다. 나는 애써 태연하게 기와를 가리키며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자 누런빛을 띤 그의 눈이 왕귤처럼 커졌다. 그리고 오늘 아침, 그가 우리 집 대문을 두드렸다. 그의 손에는 막 화단에서 따온 풋고추 몇 개가 들려 있었다. 무농약, 친환경 재배, 육질 등등의 단어를 입에 올리는 그의 체구는 평소처럼 거대해 보이지 않았다. 말투도 믿기 힘들 만큼 부드러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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