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VR) 산업이 크게 성장할 전망이지만 국내 시장의 경우 하드웨어에 비해 콘텐츠 개발 속도가 매우 더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일 '한일 VR콘텐츠 시장 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계 VR 하드웨어 업계를 리드하고 있으나 콘텐츠 개발이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VR 하드웨어 개발의 선두주자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2014년 9월 세계가전전시회(IFA)에서 24만9,000원의 VR 헤드셋 '기어VR'을 공개한 데 이어 작년 11월 12만9,800원의 보급형 기어VR을 선보여 VR 대중화를 이끌었다. 기어VR은 미국에서 두 번째로 많이 팔린 VR 헤드셋으로 기록됐다. 일본에서도 출시 4개월 만에 이용자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LG전자는 지난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G5와 함께 VR 헤드셋 'LG 360 VR'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하순 정식 발매했다.
그래픽 전문회사인 에프엑스기어와 디바이스 제조사인 넥스트코어가 공동 개발한 '눈(NOON) VR'도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국내 VR 콘텐츠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영상 업체, 게임 업체 등이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유통시장이 작아 공급도 미비한 편이다. 특히 한빛소프트 등 게임사들은 국내보다 중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최근 VR 기기와 콘텐츠를 연계한 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는 일본 시장과 차이가 있다. 게임사 반다이남코는 지난 4월 대형 쇼핑센터 '다이버시티'에서 VR 체험 시설을 운영했다. 세가(SEGA)는 실내형 테마파크 '도쿄 조이폴리스'에서 VR 놀이기구를 개장할 예정이다. 특히 소니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과 VR을 결합한 PS VR 출시를 앞두고 마니아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모구라 VR', 'VR 프리크(Freek)' 등 VR 전문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VR 하드웨어뿐 아니라 콘텐츠를 함께 발전시켜야 하는 것은 현재까지 하드웨어 주도로 성장해오던 VR 산업이 머지않아 콘텐츠 주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2018년부터 VR 콘텐츠 시장 규모가 하드웨어를 역전해 불과 2년 뒤인 2020년에는 하드웨어보다 2.5배나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리더로 우뚝 서기 위해선 시장 인프라 조성과 더불어 유통 플랫폼, VR 콘텐츠 제작 지원 등 전방위적인 종합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하드웨어에 대해서도 "어지러움이나 중량 문제가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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