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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푼 흥행 갈증…‘또 오해영’은 인생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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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푼 흥행 갈증…‘또 오해영’은 인생작”

입력
2016.07.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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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남자주인공 박도경을 연기한 배우 에릭. E&J엔터테인먼트
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남자주인공 박도경을 연기한 배우 에릭. E&J엔터테인먼트

여인은 밤에 방 불을 끄고 침대로 가다 다리를 침대에 부딪히기 일쑤다. 그런 여인이 옆 방에 사는 사내는 항상 눈에 밟힌다. 사내는 여인의 방에 가 “있던 거야”라며 작은 전등을 무심하게 건넨다. 밤에 “시끄럽게 하지 말고”란 퉁명스러운 말과 함께. 지난 26일 종방한 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에릭은 겉으론 차갑지만, 알고 보면 속정이 깊은 박도경 역을 연기해 여심을 사로 잡았다. 29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가수 겸 배우 에릭(37)도 “본의 아니게 그간 바람둥이 역할을 많이 했는데, 제가 가장 멋있다고 생각하는 남자의 특성을 갖춘 역을 연기해 즐거웠다”며 웃었다.

‘또 오해영’은 10%의 시청률(닐슨코리아)로 막을 내리며 예상 밖 ‘흥행 홈런’을 쳤다. ‘또 오해영’은 방송 전 기대 보다 우려가 큰 드라마였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인데, 죽음을 앞둔 남자가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드라마가 전개되는 이야기에 호감을 느낀 배우가 많지 않았다. 캐스팅부터 난항을 겪었다. 방송관계자들에 따르면 극중 여주인공 오해영 역으로 배우 김아중과 최강희 등이 거론됐으나, 이들은 스케줄 등을 이유로 출연을 고사했다. 오해영 역에 서현진이 낙점된 건 불과 방송 두 달 전의 일이었다. 남자 배우 입장에선 극중 캐릭터가 초능력을 쓰는 것 같아 유치해 보일 수도 있었다. 에릭이 ‘또 오해영’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섭외 제안이 왔을 때 1~4회 대본을 봤는데, 남자주인공이 잘 안보이더라고요. 그런데 대본을 읽다 보니 이야기 자체에서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많이 있더라고요. 같은 집에서 남 · 녀가 마주치는 설정과 동명이인으로 생기는 에피소드 등이요. 미래를 보는 남자란 설정만 따로 보면 유치할 수 있는데, 여러 상황과 얽히면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초반에 나만 죽이고 가면 빛을 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믿고 갔죠.”

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남자주인공 박도경을 연기한 배우 에릭. E&J엔터테인먼트
tvN 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남자주인공 박도경을 연기한 배우 에릭. E&J엔터테인먼트

에릭이 ‘또, 오해영’의 흥행에 실제로 기대를 걸기 시작한 건 4회가 방송되고 난 뒤다. 극중 오해영이 갑자기 뛰어와 박도경에 안기는 신이 나온 회차다. 이 장면을 기억에 남는 명장면으로 꼽은 에릭은 “촬영할 땐 너무 만화 같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정작 방송 나가고 나니 반응이 좋더라”며 “처음엔 시청률 3%만 나오면 ‘대박’이라고 생각했는데, ‘어 이러다 우리 잘 하면 사고 치겠는데’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오해영’의 인기엔 에릭과 서현진의 감칠맛 나면서도 진한 멜로 연기도 큰 몫을 했다. 에릭의 뜨거운 멜로 연기에 불을 당긴 건 극중 박수경(예지원)·이진상(김지석) 커플의 도발적인 키스 장면이었다고. 에릭은 “감독님이 휴대폰으로 두 사람의 키스 장면을 보여주면서 ‘너희 커플도 긴장 좀 하라’고 농담하셨다”며 “그 이후 은근 부담이 돼 (서)현진이와 상의하며 키스 장면 등에 합을 많이 맞췄고, 벽 키스 장면을 촬영하고 나니 그 다음부턴 오히려 편하게 멜로 연기를 하게 됐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마지막 회인 18회 속 오해영이 박도경의 어깨에 매달려 키스를 하는 장면 등은 에릭의 머리 속에서 나왔다. 비결을 묻자 그는 “형제 중 막내라 애교도 많고 실제 연애할 때도 애정 표현을 자주 한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또 오해영’ 속 두 사람의 뜨거운 멜로 연기가 환영만 받은 건 아니다. 극중 박도경이 오해영과 말다툼을 한 뒤 박도경이 오해영을 벽으로 밀친 뒤 양 손목을 잡고 키스를 하는 장면은 ‘데이트 폭력’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에릭은 “처음부터 드라마를 봤으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해영이 끝까지 불쾌해했다면 데이트 폭력이 되겠지만, 그 장면은 처음엔 박도경과 티격태격하다가 나중엔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는 상황이라 데이트 폭력이라 보진 않는다”고 답했다.

에릭은 서현진과 과거 SM엔터테인먼트(SM)에서 한솥밥을 먹던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서현진이 지난 2001년 걸그룹 밀크로 데뷔했을 때, 에릭은 SM에서 신화로 활동하고 있었다. 서현진과의 인연에 대해 에릭은 “SM에 있을 때 본 적은 있지만 마주칠 일이 거의 없었다”며 “그래서 새로운 여배우를 만난 느낌이었고, 연기를 정말 잘해 보물 같은 배우라고 동료 남자 배우들끼리 말하곤 했다”며 후배를 각별히 챙겼다.

tvN '또 오해영' 속 에릭. tvN 제공
tvN '또 오해영' 속 에릭. tvN 제공

에릭은 ‘또 오해영’으로 오랜만에 배우로서 흥행에 대한 갈증을 풀었다. 지난 2011년 방송된 KBS2 드라마 ‘스파이 명월’은 주연 여배우의 촬영 거부 등으로 논란 속에 씁쓸하게 퇴장했고, 2014년 출연한 KBS2 ‘연애의 발견’은 작품성에선 호평 받았지만 시청률에선 크게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릭은 ‘또 오해영’을 “인생작”이라고 표현했다. 데뷔 후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와 성공한 첫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저하면 드라마 ‘불새’(2004)를 떠올리실 텐데, 그 때 제가 연기를 못해 혹평을 받았잖아요. 주인공도 아니었고요. ‘신입사원’(2005)에서도 솔직히 작가님한테 혼 많이 났거든요. ‘케세라세라’(2007)같은 작품을 좋아했지만, ‘또 오해영’에선 작품성과 흥행성을 두로 손에 쥔 것 같아 기쁩니다.”

가수로 연예계에 데뷔했지만, 배우로서의 소신도 확고했다. 그는 ‘신입사원’ 이후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한 우물만 팠다. “내가 좋아하고, 또 배우로서 날 잘 보여줄 수 있는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라 생각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에릭은 ‘원조 아이돌 배우’다. 19세였던 1998년, 보이그룹 신화로 데뷔해 18년 동안 사회적 물의 없이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왔다. 성폭행 혐의에 연루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 등 어려서부터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들이 최근 잇따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에릭은 “나도 어려서 활동하며 혼도 많이 났다”며 “점점 나이가 들고 철이 들어 되돌아보니 바르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결국 조명을 받더라”며 조심스럽게 생각을 밝혔다.

‘또 오해영’을 마친 에릭은 다시 가수로 팬들 앞에서 설 계획이다.

“지금 신화 새 앨범 작업을 위해 곡을 수집 중이에요. 연말에 신화 새 앨범을 들을 수 있으실 겁니다. 새 앨범 발매 후 아시아 투어 등이 예정돼 내년 3월까지는 신화 활동에 집중하게 될 것 같네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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