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진행된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4차 회의에서 김정은 당 위원장이 깜빡 졸고 있는 모습이 북한 조선중앙TV 화면에 포착됐다. 김 위원장이 회의에서 조는 것을 불경죄로 숙청해오던 터라, 북한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당대회 당시 주목을 받은 양복차림 대신에 다시 인민복을 입고 등장했다.
이날 최고인민회의가 열린 평양의 만수대의사당의 주석단에 등장한 김 위원장은 비교적 차분한 모습이었다. 특정 의안이 결정되면 자리에서 일어나 여유롭게 박수를 치고, 자신이 국무위원장으로 공식 추대되는 순간에도 침착한 표정을 지었다.
여유로움이 지나쳤던 것일까. 김 위원장은 이후 앉아 책상에 놓인 문서를 한 장 넘기더니 잠시 눈을 감았다. 순간 김 위원장의 고개가 위아래로 두어 차례 흔들렸다.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고 보기에는 부자연스러웠고, 지루함에 꾸벅꾸벅 조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이 장면은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약 25분간의 최고인민회의 요약 녹화분량에서 10분50초가 지난 뒤에 나왔다.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은 5초 가량 방영됐다. 회의 영상 촬영자가 김 위원장이 졸고 있다고 미처 생각하지 못해 편집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열린 훈련일꾼대회에서 현영철 당시 인민무력부장이 조는 등 불경한 태도를 보였다며 숙청한 바 있다. 그랬던 김 위원장이 북한 최고수위인 국무위원장으로 추대되는 자리에서 깜빡 조는 장면이 대내외 전파를 타면서 망신을 산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 그가 공개석상에서 입던 인민복 차림으로 등장했다. 지난 5월 당대회에서 입었던 양복차림에서 다시 인민복으로 복귀한 것이다. 양복을 즐겨 입은 조부 김일성의 권위를 당대회에서 차용했다면, 이날은 인민생활 향상에 힘쓰고 있다는 메시지를 인민복을 통해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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