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상품 10개 중 1ㆍ2ㆍ4위 차지
메리츠證 4개 배출… 대형사 NH證 유일
계좌이동제 본격 시행 땐 지각변동 예고
“단기 성과론 평가 무리” 지적도
일임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출시 3개월 수익률이 공개되면서 증권사간 희비가 엇갈렸다. 활짝 웃은 쪽은 중소형 증권사였다. 자산규모 업계 14위(3월 기준)인 HMC투자증권은 초고위험ㆍ고위험 상품에서 모두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업계 10위인 메리츠종금증권도 수익률 상위 10개 상품 중 4개를 배출했다. 그러나 가입기간이 최소 5년인 ISA의 운용역량을 3개월 수익률만으로 재단하는 건 무리라는 경계감도 나온다.
30일 금융투자협회는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MP)의 3개월 누적 수익률을 ISA 비교공시시스템 ‘ISA 다모아’(isa.kofia.or.kr)에 공개했다. 지난 3월 14일 출시 이후 6월 14일까지 13개 증권사가 운용한 103개 상품이 대상으로, 일임형 ISA 상품 판매 이후 수익률이 비교 공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은행은 증권사보다 3주정도 일임형 상품을 늦게 출시한 만큼 7월 말 수익률을 공개하기로 했다. ISA는 예ㆍ적금, 펀드 등을 한 계좌에서 운용하는 투자상품으로, 가입자가 직접 투자상품을 선택하는 신탁형과 금융회사에게 맡기는 일임형이 있다.
공시 결과에 따르면 일임형 ISA 수익률은 투자성향에 따라 ▦초고위험 상품 0.23~4.92% ▦고위험 0.10~0.51% ▦중위험 0.40~2.42% ▦저위험 0.34~1.81% ▦초저위험 0.28~1.16%으로 나타났다. 위험자산에 투자를 많이 하는 고위험 이상 상품의 수익률이 높게 나온 것이다.
상품 별로 보면 HMC투자증권이 내놓은 고위험 상품인 ‘수익추구형 B2(신흥국, 대안투자형)’가 수익률 5.01%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초고위험 상품 ‘고수익 추구형 A1(선진국형)’도 2위(수익률 4.92%)에 이름을 올렸다. 수익률 3위는 메리츠종금증권의 초고위험 상품 ‘ISA 고수익지향형A’(4.71%)이었다.
수익률 상위 10개 상품 중에선 중소형사인 HMC투자증권이 1ㆍ2ㆍ4위, 메리츠종금증권이 3ㆍ5ㆍ7ㆍ10위를 차지했다. 권지홍 HMC투자증권 상품전략팀 이사는 “선진국형 상품은 유럽ㆍ미국 성장주와 소비재주 위주의 펀드 투자 비중을 높였고, 100% 해외주식형 펀드로 구성된 신흥국 상품은 인프라펀드 등을 편입해 위험을 분산했다”고 고수익 비결을 설명했다.
대형 증권사로는 초고위험 상품 ‘QV 공격 A’(수익률 4.16%ㆍ6위)를 운용하는 NH투자증권(업계 1위)만 유일하게 수익률 상위 10위권 안에 위치했다. 업계 5위인 미래에셋증권 상품 중 수익률(2.1%)이 가장 높은 ‘초고위험 일임형 ISA’는 13위에 머물렀고, 업계 4위 한국투자증권의 고위험 상품 ‘한국투자ISA랩’(수익률 1.88%)도 해당 증권사 일임형 ISA 중 가장 선방했음에도 16위에 그쳤다. SK증권의 ‘ISA적극투자형 A’는 고위험군 상품임에도 수익률 0.10%로 최하위 성적을 냈다.
운용 수수료는 0.20~2.32%로 상품에 따라 최대 10배 차이를 보였다. 수수료가 가장 비싼 상품은 3개월 누적 수익률 3위에 오른 메리츠종금증권의 초고위험 상품 ‘고수익지향형A’로 2.32%였다. 키움증권 초저위험 상품 ‘키움원금지급추구형플러스’는 0.20%로 수수료가 가장 저렴했다.
ISA 계좌이동제 본격 시행을 눈앞에 둔데다 7월 말 은행의 일임형 ISA 수익률 공개도 예정돼 있어 업계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좇아 투자자들의 대이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 수익에 매몰되기 보단 중장기 성과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ISA는 중장기 상품이기 때문에 출시 3개월 누적 수익률은 큰 의미가 없다”며 “유망 상품을 가리는 참고자료 정도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배현기 하나금융연구소 소장도 “운용 1년이 지나면 수익률이 어느 정도 일관되게 나오기 때문에 그때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투협은 향후 6ㆍ9개월, 1ㆍ2ㆍ3년 일임형 ISA 누적수익률도 공개할 계획이다. ISA는 6월 24일 기준 230만 계좌가 개설됐고, 가입금액은 2조3,300억원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김동욱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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