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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6)씨는 10개월 가량 연인 관계로 지내던 B씨가 2015년 7월 초 헤어지자고 하자 B씨의 나체사진과 성관계 장면 등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을 직장과 동네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1,000만원을 빼앗았다. 같은 달 중순부터 일주일 동안에는 B씨를 납치해 몹쓸 짓을 했다. B씨에게 흉기를 들이대거나 손을 묶고, 복면을 씌워 윤락업소에 팔아넘기겠다고 협박했다. 이 과정에서 2차례에 걸쳐 마약성분인 졸피뎀이 든 약을 먹이기도 했다.
B씨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망치자 A씨는 가족에게 B씨의 성관계 장면을 찍은 나체사진을 전송하고 3,000만원을 요구했다. 차량에 있는 B씨의 신용카드로 귀금속을 수 차례 구입하기도 했다.
결국 경찰에 쫓기게 된 A씨는 차량 추격전과 격투 끝에 같은 달 29일 붙잡혔다. 검거 과정에서 A씨는 2건의 교통사고까지 냈다.
A씨는 알고 보니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6월 말까지 4명의 여성과 동시에 교제하거나 동거하면서 총 7,600여만원의 금품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B씨를 납치해 태우고 다닌 렌터카를 제공한 한 여성은 A씨의 도주를 도왔다는 의심을 받아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이 여성은 A씨의 지속적인 폭행과 협박에 못 이겨 3,500만원을 대출받아 건네줘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었다. 참고인 조사 때 A씨에 대해 “무섭고 포악하다”며 돈이 더 이상 나오기 힘들 때까지 갈취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이렇게 ‘인면수심’의 범죄 행각을 일삼은 A씨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1심보다 더 무거운 형량을 선고했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윤승은 부장판사)는 30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혐의로 기소된 A(36)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원심의 형량(10년)보다 7년이나 많은 것이다. 재판부는 또 10년 간 피고인에 대한 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개ㆍ고지하고, 같은 기간 동안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토록 했다.
재판부는 “B씨와 그 가족들에게 저지른 범행은 그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정도로 무자비한 만행”이라며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 대상과 기간, 수법, 결과, 잔인성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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