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정상들은 영국에 “9월에 봅시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에 반발해 유럽연합(EU)에 별도의 잔류 의사를 타진했던 스코틀랜드가 결국 협상 실패를 인정하고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EU 본부에서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면담한 뒤 “EU 내에서 스코틀랜드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쉬운 길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간 추진했던 ‘독자적인 EU 잔류’ 활동 실패를 인정했다.
스터전 수반은 브렉시트 결정 직후부터 EU 회원국들을 상대로 ‘독자적인 EU 잔류’ 활동을 추진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했고 반대의 목소리는 거셌다. 마리아 라호이 스페인 총리대행은 “영국이 EU를 떠나면 스코틀랜드도 함께 떠나야 한다”고 주장했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EU 탈퇴 협상은 영국 일부분(스코틀랜드)이 아닌, 영국과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투스크 EU 정상회의상임의장은 아예 “스터전 수반과 만나기에 적절하지 않다”며 면담을 거절했다. 스코틀랜드가 영국과 별도로 EU 잔류 협상을 하려면 EU 회원국 전원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일부 회원국은 스코틀랜드의 단독 잔류를 반기지 않고 있다. 특히 스페인은 내부적으로 카탈루냐주 분리 독립 요구를 거부하고 있어, 비슷한 처지에 놓인 스코틀랜드 단독 잔류를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스터전 수반은 “스코틀랜드 의지와는 반대로 EU를 떠나게 됐다”며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EU 잔류(62%)가 탈퇴(32%)를 압도했다.
한편 영국을 제외한 27개국 EU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공개 회담을 한 뒤 “영국은 이동의 자유권을 보장해야만 EU 단일 시장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민자는 받지 않고 EU 시장만 원하는 영국에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EU는 ▦물품 ▦사람 ▦자본 ▦서비스 등 4개 분야에 대해 EU 지역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고 있지만, 영국은 이민자 이동(사람)에 대해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EU 정상들은 브렉시트로 충격에 빠진 EU를 정상가동하기 위해 오는 9월 16일 슬로바키아에서 다시 모여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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