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레슨 코치가 6차례의 예선을 거치면서 힘겹게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인 윔블던 본선 무대에 올라 자신보다 무려 718위나 높은 랭킹의 선수를 꺾었다. 이 동화와 같은 이야기 주인공인 마르커스 윌리스(25ㆍ772위ㆍ영국)의 다음 상대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5ㆍ3위ㆍ스위스)였다. 팬들은 윌리스가 또 다른 동화를 써주기를 내심 기대했지만 ‘윌리스의 동화’는 페더러 앞에서 멈춰야 했다.
화제를 모았던 페더러와 윌리스의 경기는 페더러의 3-0(6-0 6-3 6-4)완승으로 끝이 났다.
페러더는 30일(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남자단식 2회전에서 윌리스를 상대로 첫 세트를 26분 만에 베이글 스코어로 챙겼다.
윌리스는 두 번째 세트부터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면서 빠른 발을 살려 좌우를 흔드는 스트로크를 앞세워 게임스코어 2-2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쳤다. 그러나 페더러는 노련한 플레이로 상대의 범실을 유도해 4-2를 만든 후 두 게임을 더 따내며 두 번째 세트도 가져갔다.
마지막 세트에서 윌리스는 게임스코어 4-4까지 접전을 펼쳤지만 페더러의 강력한 서비스에 밀려 1시간 25분만에 무릎을 꿇었다.
윌리스가 페더러의 벽에 막혀 더 이상 새로운 동화를 써내려 가지는 못했지만 센터코트를 찾은 관중들은 윌리스에게 기립박수를 보내며 응원했다. 윌리스는 “긴장이 많이 됐다. 나는 괜찮은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하지만 페더러의 클래스는 달랐다. 경기 매 순간을 기억한다”면서 “이번 경험으로 내 인생은 달라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페더러는 “윌리스 같은 선수와 경기를 한다는 것은 내게 너무도 큰 자극제가 된다”면서 “경기 전부터 내가 지금껏 윔블던에서 가졌던 그 어떤 시합보다도 힘들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그를 이겨서 기쁘다”고 말했다.
우승 후보 노박 조코비치(29ㆍ1위ㆍ세르비아)는 아드리안 만나리노(28ㆍ55위ㆍ프랑스)를 3-0(6-4 6-3 7-6)으로 물리치며 3회전에 진출했다. 지난해 윔블던부터 최근 열린 4개 메이저 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한 조코비치는 이날 승리로 그랜드 슬램 대회 30연승을 내달렸다. 메이저 대회 30연승은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조코비치가 유일하게 달성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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