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 코팅막ㆍ도장막 손상 등
경미한 사고 피해 수리비만 지급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 시행
A씨는 지난달 우회전 중 교차로에 대기하던 외제차 범퍼를 살짝 긁는 사고를 일으켰다. 범퍼가 찌그러지지 않고 흠집이 난 정도였지만 피해 차량 주인은 범퍼 교체를 요구했다. 결국 A씨 차량 보험사는 범퍼 교체로 인한 부품비 300만원과 공임비 75만원을 지급했다. A씨 역시 보험료 할증(15만원)에 물적사고 할증 기준금액(200만원) 초과로 인한 할증액 5만원까지 더해져 향후 자동차보험 갱신 시 보험료 20만원을 더 내야 할 처지다.
그러나 7월부터 이런 경미한 사고의 피해 차량은 가해 차량의 자동차보험으로 복원수리비만 받을 수 있고 부품 교체비는 지급받을 수 없게 된다. 금융당국이 사소한 사고에도 무조건 새 부품을 교체하는 과잉수리 관행에 제동을 걸기로 한 것인데, 가해자의 보험료 할증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30일 범퍼 긁힘, 코팅막 벗겨짐 등 경미한 자동차사고에 대해 복원수리비만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을 개정, 7월 1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개정되는 표준약관은 자동차보험에 신규 가입하거나 갱신하는 가입자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그동안 A씨 경우처럼 가벼운 접촉사고에도 수리비 지급 기준이 없어 무조건 새 부품으로 교체하는 과잉수리 관행으로 보험금 누수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낭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 작년 기준 사고 발생 시 차량 10대 중 7대(70.2%)는 범퍼가 교체됐다. 지급보험금 100만원 이하 소액 사고가 전체 사고의 68.8%(약 230만건)인데, 이중 상당수는 경미한 손상에도 범퍼 등 부품을 새로 교체한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에 10개월에 걸친 연구용역과 시속 20km 충돌시험 등을 통해 경미한 사고의 기준과 수리비 지급 기준을 마련했다. 금감원은 ‘경미한 사고’를 ‘자동차의 기능과 안전성을 고려할 때 부품교체 없이 외관상 복원이 가능한 손상’으로 규정하고 복원 수리비만 지급하기로 했다. 외장부품 중 교체비율이 높은 범퍼에 대해 우선 적용하고 향후 문짝(도어)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범퍼의 경미한 손상 유형을 ▦투명하게 입힌 코팅막만 벗겨진 경우(도막 손상) ▦코팅막은 물론 색상까지 동시에 벗겨진 경우(도장막 손상) ▦긁히거나 찍힌 경우 등 3가지로 나눠 수리방법을 정하고 이에 따른 수리비용을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범퍼 외부 손상은 경미해도 내부가 크게 파손된 경우는 부품 교체가 가능하다.
새 표준약관이 적용되면 부당한 수리 비용이 절감돼 보험금 지급이 감소하면서 보험료 인상 요인이 줄어들고, 가해자의 보험료 할증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권순찬 금감원 부원장보는 “간단한 복원수리만 해도 안정성, 내구성, 미관에 전혀 영향이 없음에도 새 부품으로 교체해 사회적 낭비를 초래했다”며 “과잉 수리비 지출이 줄어 선량한 운전자의 보험료 할증 부담이 완화되고 사회적 낭비도 억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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