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서 각각 2ㆍ1등급 하락
조선ㆍ해운업 부실 방치 불구
홍기택 전 회장ㆍ이덕훈 행장
5000여만원 성과급 챙길 듯
조선ㆍ해운업 부실을 방치해 정부와 한국은행으로부터 10조원 이상을 수혈 받게 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난해 경영실적평가에서 평균 이하인 ‘C등급’을 받았다. 전년도보다 각각 2단계, 1단계 강등됐다. 이에 따라 홍기택 전 산은 회장(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부총재)과 이덕훈 수은 행장은 기본급의 30%만 성과급으로 받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혈세 투입을 초래한 경영진과 임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산은과 수은을 포함해 기업은행,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5개 금융공공기관의 지난해 경영실적을 평가한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는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경영예산심의회와 경영평가위원회가 맡았다. 평가 결과는 최상위인 S등급부터 A~E 등급까지 6개 등급으로 매겨지며, 등급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
산은과 수은은 모두 C등급을 받았다. 산은은 1년 만에 A등급에서 C등급으로, 수은은 B등급에서 C등급으로 강등됐다. 금융위는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영 정상화 지원과 조선ㆍ해운 등 취약산업지원 노력 등의 주요 정책 실적이 부족했다”고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기관장에 대해서는 최하위 등급인 DㆍE 등급을 제외하고 C등급부터 성과급이 지급된다. 지급률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S등급 120%, A등급 100%, B등급 70%, C등급 30%다. 이에 따라 홍 전 회장과 이 행장은 전년도 기본급의 30%인 5,530만여원, 5,740만여원의 성과급이 각각 지급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에는 각각 1억8,114만여원과 1억2,680만여원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이들 국책은행 직원들에게도 성과급이 지급된다. 등급별로 월급의 200%(S), 180%(A), 150%(B), 110%(C)가 책정된다. 산은과 수은 직원의 연봉 중 평균 기본급이 각각 4,504만원, 5,288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산은 직원은 평균 412만여원, 수은 직원은 484만여원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들 국책은행의 조선ㆍ해운업에 대한 관리 부실 책임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경영평가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평가라고 하는 게 다면적인 측면이 있지만 국책은행의 재무 건전성, 지배구조 문제, 부실 대기업 책임 등을 놓고 보면 C등급 평가는 합리적이라고 보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평가 요소가 부실 기업 관리ㆍ감독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두 국책은행은 일자리 창출기업 지원과 창조경제 지원 등 정책금융 지원 실적은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한편, 5개 금융공공기관 중 기업은행의 경영평가 결과가 A등급으로 가장 높았다. 중소기업 대출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 중소기업금융 확대를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지난해와 같은 등급을 받았다.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도 각각 지난해와 같은 B등급으로 평가됐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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