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현대/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전주=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전북 현대가 지난 29일 71번째 호남 더비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누르고 K리그 최다인 17경기 연속 무패(9승 8무)를 질주했지만 분위기가 썩 좋지만은 못했다.
전북 출신 스카우트의 심판 로비 혐의와 관련한 1차 공판이 같은 날 부산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전북 스카우트 A씨가 2013년 심판 2명에게 유리한 판정을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총 500만원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이후 한 달여 만이다. 2002년부터 전북의 스카우트로 재직한 A씨의 변호인 측은 공판에서 금품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부정한 청탁은 없다고 보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대가성 여부에 대해선 서로의 주장이 달라 오는 8월 17일 있을 2차 공판에서 치열한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한 차례 연기된 1차 공판 직후 관련 상벌위원회를 열어 전북의 징계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상벌위는 7월 1일 소집될 것으로 보인다. 축구연맹 관계자는 "시간을 더 지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실제 연맹은 1차 공판이 끝난 후 조남돈 위원장 등 위원 6명에게 출석을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심을 모으는 징계 수위에 대해선 "일단은 말하기가 참 곤란하고 조심스럽다"면서 "사안의 중요성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축구팬들의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어 상벌위가 그에 합당한 징계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연맹 관계자는 전했다.
상벌위원들의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되는 징계는 하부리그 강등, 승점 감점, 제재금 부과 등이다. 일단 여론은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 K리그를 대표하고 이끌고 가는 구단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여론을 의식한다면 최악은 강등이다. 아니면 리그 우승은 물론 다음 년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출전이 힘든 수준의 대폭 승점 감점 조치가 뒤따를 수도 있다는 축구계의 전망이다.
그러나 이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너무 가혹한 징계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앞서 축구연맹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2013년도에 벌어진 일임을 강조하며 "상벌위가 열리면 규정에 맞춰서 징벌이 내려지겠다"면서 "그런 의지가 규정에 녹아 든 거고 어쨌든 당시 규정으로 해야 되다. 강력하게 처벌할 의지는 있다. 그렇지만 (여론이 안 좋다고) 규정에 없는 처벌을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불소급의 원칙(법은 그 시행 이후에 성립하는 사실에 대해서만 효력을 발하고 과거의 사실은 소급 적용될 수 없다는 원칙)에 따라 징계 수위는 솜방망이 처분 논란에 휩싸였던 경남FC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 경남FC는 올 시즌 승점 감점 10과 제재금 7,0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전북 구단 관계자는 "잘못을 저지른 부분에 대해선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면서도 "모든 일에는 원칙과 기준이 있어야 한다. 비슷한 사안을 놓고 여론에 따라서 처벌 수위가 극명하게 달라진다면 앞으로 또 유사한 사태가 발생하면 그땐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선수단 분위기와 관련해선 "이 일이 선수들과는 별개라 크게 개의치 않고 경기를 하고 있다. 어쨌든 빨리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태 직후 사의를 표명한 최강희(57) 감독과 구단 고위층의 거취 여부도 주목거리다. 최 감독은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29일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나서는 "공판 소식은 들었다. 빨리 끝나야지"라고 언급했다. 전북 팬들은 최 감독의 사퇴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장의 한 서포터즈는 "책임으로 따지자면 시즌 중에 급작스럽게 물러나는 것도 책임을 다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어떤 경우라도 최초 올 시즌은 마무리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구단 관계자는 "변함없이 응원해주시는 팬들이 많아 힘을 얻는다"고 감사했다.
전주=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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