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대표-최고위원 분리선출안 비토
기존 1인 2표제보다 불리 판단에
“30%이하 득표 대표성 약화” 주장
“비대위 혁신안을 또 바꾸려 드나”
친박계 내부에서도 우려 목소리
/그림 1친박 실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최근 최 의원은 당 혁신비상대책위가 잠정 결정한 '단일성집단지도체제' 안에 강한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은 지난 달 24일 최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가 만난 이른바 '3자회동'에서 합의했던 안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새누리당 친박계가 새 지도부를 뽑는 8ㆍ9 전당대회를 앞두고 ‘룰’ 뒤집기에 나섰다. 앞서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잠정 결정한 ‘당 대표ㆍ최고위원 분리 선출안’을 비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에서조차 “친박의 당권 장악에 불리할 것 같으니 수의 우세를 앞세워 흔든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또다시 당이 내분에 빠질 조짐이다.
비대위가 혁신안의 일환으로 결정한 전대 룰 비토론은 친박 핵심부를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한 친박 핵심 의원은 29일 본보와 통화에서 대표ㆍ최고위원 분리 선출안에 대해 “후보가 4, 5명만 돼도 30% 득표율로 당 대표가 선출되는 건데 대표성을 가질 수 있겠느냐”며 “의원총회에서 재론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3일 친박 실세 최경환 의원이 유기준 정우택 한선교 홍문종 의원 등 친박 중진들을 초대해 만든 만찬 회동에서도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리엔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도 참석했다고 한다. 한 의원은 “최 의원이 겉으로는 전대에 나가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비대위의 전대 룰을 두고는 크게 우려를 하더라”고 전했다.
현재 새누리당의 지도부 선출 방식은 선거인단에 ‘1인 2표’를 줘 득표 순으로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결정되는 ‘단일 리그’다. 그러나 최고위원들이 당 대표의 권한에 맞서는 모습이 공개 회의에서 노출되는 등 ‘봉숭아 학당’ 체제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비대위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선출하고 대표의 권한과 위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렇게 되면 선거인단은 ‘1인 1표’로 각각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게 된다. 이 안은 전국위의 의결을 거치면 최종 확정된다.
친박계는 표면적으로는 ‘대표성 약화’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1인 1표제가 친박계에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게 당내 해석이다. 비박계에선 “자신들이 밀어놓고 이제와 반대하는 자기 모순에 빠졌다”고 비판하고 있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은 ‘정진석ㆍ김무성ㆍ최경환 3자회동’에서 합의한 내용이다.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정권 후반기라 당원들의 충성도가 약해진 데다 차기 대선을 위해 당이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며 “1표만 행사할 수 있게 되면 당원들이 전략적으로 친박이 아닌 비박 후보에 표를 줄 것 같으니 친박계가 현행 1인 2표제를 고수하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계는 또 분리 선출안으로 변경할 경우, 당 대표의 득표율이 30%도 안 돼 대표성이 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행 제도로도 30% 득표는 쉽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진다. 2014년 전대 당시 1위에 오른 김무성 전 대표의 득표율도 29.6%였다.
친박계 내부에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온건 성향의 한 친박 의원은 “비대위가 만든 혁신안을 우리 측에 불리하다고 바꾸려 들면 또 엄청난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에선 친박계가 전국위에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변경하는 당헌ㆍ당규 개정안 의결을 무산시킬 가능성도 거론된다. 앞서 친박계는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개의를 불발시켜 ‘김용태 혁신위원장안’의 의결을 막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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