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인물’ 역사학 교수 요하네손
총리ㆍ기업인 출신 주류 정치인 꺾어
‘파나마 페이퍼’ 탓 정치 신뢰 잃어
통합ㆍ소통 호소하며 유권자 표용
귀드니 요하네손(왼쪽) 아이슬란드 대통령 당선자가 25일 레이캬비크 선거 사무실에서 부인과 함께 대선 승리를 선언하고 있다.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AFP 연합뉴스
아이슬란드 대통령선거에서 ‘정치 신예’ ‘제3의 인물’로 분류됐던 귀드니 요하네손(48)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아이슬란드 정계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무소속 요하네손이 정권을 거머쥔 것은 브렉시트를 격발한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 바람 탓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요하네손 후보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에서 39.1% 득표율로 여성 기업인 출신의 할라 토마스도티르 무소속 후보(29.9%)에게 완승을 거뒀다. 반면 아이슬란드 최장수 총리(1991~2004년)이자 중앙은행 총재까지 지낸 다비드 오드손(68) 후보는 정계에서 정통 주류로 분류됐지만 13.2%의 득표율로 3위에 그쳤다.
요하네손은 대선에 앞서 무명에 가까웠던 인물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특정 정당 소속도, 정치인 출신도 아닌 평범한 역사학 교수(레이캬비크 대학) 출신인 당선자가 예상외의 압승을 거둔 데 대해 현지 언론들은 “유권자들이 기성 정치에 지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4월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회피 자료가 유출된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으로 큰 정치 혼란을 겪었다. 시그뮌 뒤르 다비드 귄로이그손 총리가 역외 탈세 혐의로 사임하는가 하면, 그림손 대통령의 부인 도리트 무사이프 영부인 역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버 컴퍼니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탄로나면서 정치권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선 과정에서도 엘리트 정치인에 대한 반감이 확산됐고, 끝내 유권자들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등을 돌렸다. 요하네손은 5월 대선 출마 선언을 하자마자 67~69%에 육박하는 지지도를 기록하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반면 2009년부터 보수 성향 일간 모르군블라디의 편집장을 맡아 정통 주류로 분류됐던 오드손은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인 ‘독립당’ 후보로 나왔지만 성난 민심을 이겨내지 못했다. 요하네손 당선자는 스스로도 “나는 가장 비정치적인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등 기성 정치인들과의 차별화 전략이 적중했다는 평가다.
‘작은 노르딕 국가의 통합’을 강조하며 국민 통합과 소통을 호소한 점도 당선 요인으로 꼽힌다. AFP 통신은 “차분한 말투로 합의와 통합의 정치를 강조한 정치 신예 요하네손 후보가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아이슬란드는 총리 중심의 내각제이며 대통령은 의전상의 국가 원수로 실질적인 권력은 약하다. 하지만 중대 사안에 대해 국민투표 회부권과 의뢰에서 통과된 법률에 대해 거부권 등을 행사할 수 있다. 요하네손 당선자는 20년간 대통령직을 맡아온 올라퓌르 라그나르 그림손에 이어 8월1일 6대 아이슬란드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요하네손 당선자는 아이슬란드 사상 최연소 대통령이기도 하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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