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는 올해가, 지난달보다는 이번 달이 최악이라는 자영업자들의 말을 몇 년 내리 듣고 있다. “이 상태로는 한 달도 견딜 수 없다”던 그들이 아직도 버티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 못해 정말 신기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야 하기에 작은 가게에서 부부가, 혹은 엄마와 딸이 같이 일하는 것을 보는 마음은 늘 숙연해지곤 한다.
어제는 우리나라에 ‘부지기수’라는 치킨 집에 갔다가 운영자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돈을 빌리는 통화 내용을 들었다. 빚을 지면 죽는 줄 알았던 사람이고, 사치라곤 모르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거품 하나 없었던 그의 삶이 큰 적자로 허덕이는 모습을 보는 마음은 한마디로 우울했다. 그가 하필 치킨 집을 연 것은 자본금이 부족했기 때문인데, 인건비는 고사하고 계속 적자를 보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견디고 있는 것일까.
그처럼 열심히 사는 지인들의 삶이 힘들어 보일수록 우리 모두가 온몸으로 떠받치고 있는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작두 날처럼 섬뜩하게 느껴진다. 쌀 한 톨까지도 바닥에 흘리지 않고 큰 자루에다 싹싹 쓸어 담는 비정한 빗자루도 떠오른다. 극소수의 자본가가 동전 하나 흘리지 않고 쓸어 담아 꽁꽁 묶어버린 자루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그것은 천 사람 만 사람이 써야 할 돈을 한 사람이 가지고 있다는 뜻이고, 그 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1인분일 뿐이라는 뜻이다. 이 같은 자본의 극단적 형태에 숨이 막힌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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