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고 했다. 얼굴 표정이나 목소리 톤은 물론, 손짓까지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살핀다. 고객이 매장에 얼마나 머무는 지, 어떤 제품을 만져보고 점원에겐 무얼 물어보는 지 자세하게 관찰한다. 자칫 스토커로 오해 받을 수도 있지만 그에겐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최근 엄청난 인기 속에 방송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제작 지원하면서 ‘대박’을 친 종합패션브랜드 제이에스티나의 김기석(55) 사장 이야기다.
29일 서울 가락동 제이에스티나 본사에서 만난 김 사장은 “고객들의 내면에 숨겨진 욕구를 정확하게 잡아내기 위해선 현장에서의 사소한 몸짓이나 행동에서 단서를 찾아야 한다”며 “1주일에 한 번씩 매장에 나가 고객들을 살펴보는 습관이 회사 경영방침을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요즘 제이에스티나의 인기는 상한가다. ‘태양의 후예’에서 주인공이 착용했던 목걸이와 귀걸이, 가방 등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중국과 일본, 홍콩, 인도네시아 등에 진출한 10개의 해외 매장에서도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유명세 덕에 국내외 면세점들의 입점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김 사장은 “회사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사업 초기엔 면세점 등을 찾아가 입점 요청했을 때 무시당하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180도 달라져 해외 면세점에서 먼저 입점을 요청해 오는 상태”라며 달라진 회사의 위상을 설명했다.
실적은 덤으로 따라오고 있다. 지금대로라면 연초 세웠던 1,700억원 매출 목표치를 훌쩍 뛰어넘어 2,000억원 선까지 근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제이에스티나가 하루 아침에 뜬 것은 아니다. 제이에스티나의 전신은 피겨요정 김연아의 귀걸이와 목걸이로 유명세를 탔던 로만손이다. 김 사장의 친형인 김기문(61) 제이에스티나 회장이 세운 로만손은 토종 시계 업체로, 현재 청와대에 시계를 납품하고 있다.
김 사장은 주력 제품인 시계에서 액세서리 등 패션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회사를 성장 궤도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은 “시계 사업만으로는 회사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기존 시계 사업과 연관을 가지면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 사례가 드물었던 패션 분야는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달 1일 회사명을 로만손에서 제이에스티나로 바꾸고,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패션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 회사의 중장기 성장 전략이기도 하다. 김 사장은 “패션과 문화를 융합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해 고객들의 삶을 더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게 제이에스티나의 목표”라며 “일상 속에 녹아들 수 있는 다양한 제품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패션 브랜드의 성공 사례를 반드시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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