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국회의원이 가족을 보좌진으로 채용한 데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자 정치권이 가족 채용을 막는 방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이 스스로 친인척 채용 관행을 근절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관측도 만만치 않다. 앞선 국회에서도 논란이 불거지면 친인척 보좌진 채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가 여론이 가라앉으면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시키는 일이 반복된 탓이다.
새누리당은 29일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8촌 이내 친인척의 보좌진 채용을 금지키로 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소속 의원 보좌진을 전수조사 하는 방안도 추진할 뜻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소속 의원 전원에게 전달한 우상호 원내대표 명의의 친전을 통해 내부단속에 나섰다. 우 원내대표는 “관행이라는 이름의 낡은 사슬을 끊고 투명하고 선진적 정치문화 형성을 위해 모두 협조와 관심을 부탁 드린다”고 당부했다.
문제는 이 같은 특권 내려놓기 노력이 앞선 국회에서도 있었지만, 의원들의 무관심과 외면 속에 실제 입법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19대 국회의 경우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의원과 배우자의 4촌 이내 혈족 및 인척의 보좌진 채용을 금지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관련 법을 내놨지만 별다른 논의도 없이 임기 만료로 모두 자동 폐기됐다. 앞선 17, 18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소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20대 국회에서도 백혜련 더민주 의원이 지난 20일 4촌 이내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할 경우 국회공보 등에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아울러 의원이 보좌진 월급을 유용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의원 갑질 금지’ 규정도 담았다.
이처럼 친인척 채용 근절에 의원들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은 욕을 먹더라도 정치자금 관리나 은밀한 대화까지 모두 들을 수 있는 수행보좌 업무에는 친인척을 고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경험적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치권 한 인사는 “정치자금은 모금부터 사용까지 모두 공개하도록 돼 있다”며 “보안이나 기밀유지 등을 친인척 채용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 자체가 정치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관계자는 “국회가 스스로 엄격한 잣대와 기준을 갖지 않는 한, 이러한 낡은 관행은 계속 되고 국회에 대한 불신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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