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개월만에 휴직을 쓰며 잠적한 홍기택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전 산업은행 회장)의 거취 논란과 관련,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후임자는 한국에서 맡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정부가 홍 부총재를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유 부총리는 29일 국회 기획개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홍 부총재 거취에 대한 질문을 받자 “AIIB가 후임을 새로 뽑기로 하면 한국에서 맡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유 부총리는 “휴직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지는 AIIB가 정할 것”이라 말하면서도 “후임자를 다시 뽑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부연했다.
국제기구 고위 임원이 재직 중 휴직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기재부 안팎에서는 홍 부총재가 사실상 사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만에 하나 휴직을 철회하거나 휴직에서 돌아오더라도,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지원을 결정한 청와대 서별관회의(거시경제정책협의회)와 관련해 정부 쪽에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한 상황이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부총재 직을 계속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홍 부총재가 사퇴하는 경우 한국 몫으로 배정된 AIIB 부총재직을 유지하기 위해 AIIB 측에 상황을 설명하는 한편, 홍 부총재 후임을 선정하기 위한 인사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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