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대통령이 선물한 코끼리 한 쌍, 6년 만에 출산
서울대공원에서 22년 만에 새끼 코끼리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28일 전해지자, 김해성(55) 목사는 누구보다 기뻤다. 이 코끼리의 부모 코끼리를 스리랑카로부터 기증받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준 이가 바로 김 목사이기 때문이다.
외국이주민 지원단체 지구촌사랑나눔을 이끄는 김 목사는 국내 거주하는 스리랑카 노동자들에게 헌신적인 도움을 줘왔으며, 2005년 스리랑카에 대형 쓰나미 피해가 발생했을 때 현지에 가 구호활동을 펼쳐왔다.
마힌다 라자팍세 스리랑카 대통령은 야당 국회의원 시절 방한해 지구촌사랑나눔 파티에 참석했던 스리랑카의 마힌다 라자팍세 대통령은 김 목사의 우정과 봉사에 보답하는 뜻으로 코끼리를 선물하겠다고 제의했다.
김 목사는 부담감에 처음에는 거절했다가 국내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가 모두 늙어 출산 능력을 잃은 데다 멸종 위기 야생동물 협약에 따라 외국에서 사들여올 수도 없어 대가 끊길 형편이라는 보도를 보고 스리랑카 대통령에게 다시 요청해 2010년 당시 6살 동갑내기인 코끼리 한 쌍을 선물로 받았다.
서울대공원은 옛날 스리랑카왕국의 위대한 왕과 왕비의 이름을 따서 각각 가자바(수컷)와 스겔라(암컷)라고 명명했다. 가자바와 스겔라는 건강하게 자랐고, 서울대공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지 6년 만에 지난 24일 새끼 코끼리를 출산한 것이다.
김 목사는 “오랫동안 코끼리의 출산 소식을 기다려왔는데 무척 기쁘다”며 “동물원을 찾는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김 목사는 라자팍세 대통령과 친분을 맺게 된 사연도 밝혔다. “2000년 대 초반 버스정류장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스리랑카 젊은이들을 도와준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뒤 스리랑카 명절을 맞아 이들을 초청해 작은 파티를 열었다. 당시 야당 국회의원으로 방한 중이던 라자팍세 대통령이 파티에 참석했는데, 이것이 인연이 돼 코끼리를 기증받게 됐다.”
김 목사는 “1960, 70년대 미국에서 접시를 닦으며 공부했던 유학생들이 훗날 한국의 주요 인사가 됐듯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젊은이 가운데서도 나중에 본국으로 돌아가 리더가 되는 인물이 나올 것”이라며 “우리 모두 국내에서 사는 외국인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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