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부터 충남 태안군 한 식당을 자주 이용하던 A(38)씨는 업주 B(43)씨와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연인관계를 유지하던 이들은 같은 해 11월 10일 B씨의 식당 개업을 알아보기 위해 함께 제주도를 찾아 민박집에 투숙했다. 이튿날 오전 7시쯤 A씨는 대화 도중 B씨가 짜증을 내며 자신의 목까지 조르자 화를 참지 못해 B씨의 목을 한참 동안 졸랐다. A씨는 B씨가 갑자기 ‘헉헉’하는 소리를 내자 바닥에 있던 헤어드라이기 전기줄로 재차 B씨의 목을 졸랐다. B씨는 끝내 싸늘한 주검이 됐다.
이후 A씨는 제주시내 한 가게에서 시체를 담을 이른바 ‘막가방’을 구입해 B씨의 시신을 집어넣고 배회하다 제주여객터미널을 통해 목포항에 도착했다. B씨의 시신을 실은 채 태안과 인천, 전북 고창, 강원 등지를 돌아다니던 A씨는 B씨가 교통사고로 인한 화재로 숨진 것처럼 위장키로 했다. A씨는 태안군 한 공터에서 휘발유를 차 안에 뿌린 뒤 인근 해수욕장 도로로 차를 옮겨 불을 붙였다. B씨의 시신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됐다.
A씨는 범행 후에도 태연하게 생활했다. B씨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로 숙박비 등 440여만원을 사용했다. B씨의 운전면허증으로 휴대전화도 개통했다. B씨의 인감증명서를 이용해 포기각서까지 위조, B씨의 차량을 팔기도 했다. 이도 모자라 B씨 식당에 있는 냉장고 등 각종 집기도 팔아 60만원을 챙겼다.
A씨는 “교통사고로 차량에 불이 났다”고 진술했지만 단순 사고로 보기엔 시신 훼손이 심하고, 차량에서 인화성 물질이 발견되는 등 수상한 점을 집중 추궁한 경찰에 결국 범행을 인정했다. 그리고 살인 등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징역 30년을 선고 받았다. 위치추적 전자장치도 25년 동안 차고 다녀야 하는 신세가 됐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제1형사부는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행동이 너무 냉정하고 잔혹하다”며 “유족들의 고통을 위로하기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설명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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