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原乳) 가격이 2013년 '원유가격 연동제' 시행 후 처음으로 인하되면서 흰 우유와 치즈 등 유가공품의 소비자 가격도 떨어질 지 관심이 모인다.
29일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올해 원유 기본가격은 전년(ℓ당 940원)보다 18원 내린 ℓ당 922원으로 결정됐다.
우유 생산비가 줄었고 소비 정체 등 원유 수급 상황을 고려했다는 것이 낙농진흥회의 설명이다. 인하된 원유 가격은 오는 8월 1일부터 적용되며, 소비자 판매 가격에는 그 이후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2013년 원유 가격이 오른 이후 인상분이 소비자 판매 가격에 반영되는 데 한 달 반에서 두 달 가량 걸렸다"며 "올해도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우유가 남아돌고 수입산이 넘쳐나는데도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 기이한 현상이 원유 가격을 결정하는 '원유가격 연동제' 탓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2013년 도입된 원유가격 연동제는 국산 원유를 생산비와 소비자물가를 반영한 공식에 따라 연 1회 원유 가격을 정하도록 한 제도다.
당초 도입 취지는 과거 낙농가와 유가공업계가 가격 협상 과정에서 벌인 극단적 대립을 막으려는 것이었지만, 한번 가격이 결정되고 나면 우유 재고가 넘쳐나고 소비가 줄어도 기본 가격은 유지돼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
실제 지난달 말 기준 유가공업체가 쓰고 남은 원유를 보관 목적으로 말린 분유 재고량은 1만7,086톤이었다.
지난해 같은 달(2만1,944톤)에 비하면 분유 재고량이 22.1% 감소한 것이지만, 여전히 적정 분유 재고량 기준인 8,000톤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렇듯 국산 우유가 남아도는데도 수입 유제품 소비는 매년 늘어 지난달까지 유제품 누적 수입량이 10만3,000톤에 달했다.
보통 시장 논리대로라면 이런 상황에선 가격이 내려가야 정상이지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집계한 28일 기준 우유 1ℓ의 평균 소매 가격은 평년보다 오히려 6.8% 비싼 2,549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에 처음 원유 가격이 떨어짐에 따라 소비자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크다.
하지만 인하 폭이 1.9% 수준으로 사실상 크지 않은데다, 상품은 가격을 한번 올리면 내리기 쉽지 않아 일반 소비자들이 체감할 만큼의 가격 인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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