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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들 '포스트 브렉시트' 놓고 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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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들 '포스트 브렉시트' 놓고 격론

입력
2016.06.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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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 올랑드(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가운데) 독일 총리, 마테로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27일 독일 베를린 총리공관에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프랑수아 올랑드(왼쪽)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가운데) 독일 총리, 마테로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27일 독일 베를린 총리공관에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정치ㆍ경제적 격랑에 휩싸인 유럽연합(EU)과 영국이 28일(현지시간)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처음으로 얼굴을 맞댔다. 이혼법정의 첫 대면인 셈인데 분위기가 썩 좋지는 않았다.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는 영국과의 브렉시트 협상을 신속하게 마쳐 EU 회원국의 추가 이탈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영국은 EU의 압박에 아랑곳하지 않고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협의 이혼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EU주축국은 “탈퇴서 내기 전 협상 불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8일 연방의회(분데스탁) 연설에서 영국과의 탈퇴 협상과 관련해 “영국에만 득이 되는 이기적인 ‘과실 따 먹기’ 원칙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과 진행할 탈퇴 협상을 영국에 유리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도록 놔두지 않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실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와 영국은 정상회의 전날인 27일부터 협상착수 시점을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3국 정상들은 이날 독일 베를린에서 만나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영국이 EU에 탈퇴 신청서를 제출하기 전에는 어떠한 협상도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EU의 중심국가 수장인 메르켈 총리 입장에서는 브렉시트 투표 이후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의 첫 대면이 막중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과 난민 위기에서 지도력을 보여준 그에게 브렉시트 협상은 더 큰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특히 브렉시트 소요가 길어지면 내년 가을 예정된 총선 민심이 양분될 가능성도 크다. 실제 메르켈 총리는 이날 이 같은 가능성을 우려하듯 “영국이 결정을 오랫동안 지체하면 영국과 남은 27개 EU 회원국 양쪽 모두에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올랑드 대통령 역시 협상 지연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파리 테러 등으로 프랑스에는 반(反) 난민 정서가 널리 퍼져 있는 데다 높은 실업률로 국민의 경제적 불만도 큰 상황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이후에는 프랑스 극우정당의 지지세가 급증하며 올랑드 대통령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 그는 이날 “우리가 영국의 탈퇴 투표를 존중하는 것처럼 영국도 명료하고 빠르게 주요 문제를 다뤄주길 바란다”며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전했다.

제2의 EU 탈퇴 조짐이 이는 이탈리아의 렌치 총리도 협상 착수를 재촉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영국민들이 내린 결정에 유감이지만 우리는 새로운 통합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 과정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친영 진영은 “혼란 고려해 차분한 대응 필요”

하지만 캐머런 총리는 “아직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시킬 필요가 없다”며 독일 등 3개국의 강경한 요구에 선을 그었다. 국민투표 이후에 어느 시점까지 리스본조약 50조를 이행해야 한다는 세부 지침이 없기 때문에 국내외 불안 요소를 충분히 고려한 뒤 협상을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영국 의회에 출석해 “지금 단계에서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하지 않을 것이며 영국의 주권 결정은 우리가 홀로 결정할 계획”이라며 “EU와 향후 어떤 관계를 맺더라도 기존 안전 협약들이 지속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 역시 특수 동맹이었던 영국의 EU 탈퇴로 국제질서가 붕괴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양측을 진정시키고 있다. 브뤼셀을 방문해 EU 고위 관계자들과 만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런던으로 떠나면서 “지금과 같은 전환의 시점에는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집중하고 이성을 잃지 않으며 조급히 서두르지 않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침착하지 못하거나 보복적인 전제를 깔고 일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의지를 이행하는 것은 지도자들의 몫이며, 지도자들은 책임 있고 사려 깊으며 전략적인 방법으로 이를 이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브렉시트 캠페인을 이끌었던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28일 유럽의회 긴급회의에 ‘개선장군’처럼 참석했다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으로부터 면박을 당했다. 패라지 당수는 영국독립당을 이끄는 동시에 유럽의회에서 반 EU 정당들의 연합인 유럽자유직접민주주의(EFD) 공동의장을 맡고 있어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융커 위원장은 개회 연설을 시작할 쯤 패라지 대표가 박수를 치자 “오늘이 당신이 박수를 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었다. 이에 패라지 대표는 연설을 통해 “당신들(EU 회원국)은 영국민이나 다른 유럽인들에게 사기를 쳐서 정치연합을 부과했다”며 “영국이 EU를 떠나는 마지막 국가는 아닐 것”이라며 막말을 쏟아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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