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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브렉시트 만큼 답답한 구글의 맵엑시트

입력
2016.06.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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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놓고 찬반 투표가 벌어지는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구글의 지도 서비스 허용을 놓고 정부와 정보기술(IT) 업계가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구글이 스마트폰 등으로 길 안내 등을 할 수 있도록 최근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신청을 하며 불거진 논쟁이다. 정부에서는 안보 등을 이유로 국토지리정보원이 만든 우리나라의 5,000분의 1 축적 지도 데이터를 해외에 가져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구글은 신속한 서비스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세계 여러 데이터센터에 자료를 분산 저장해야 하므로 지도 데이터 반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글은 우리 정부가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가하지 않으면 스마트폰 길안내를 비롯해 향후 지도가 필요한 무인자동차, 스마트 글래스, 검색 등 세계 각국이 이용하는 각종 첨단 IT기기와 관련 서비스를 우리나라에서만 이용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지도 데이터를 꼭 해외 구글 서버에 저장해야 한다는 것이 논쟁의 쟁점이다. 굳이 브렉시트처럼 말을 만들자면 구글의 맵 탈출, 즉 맵엑시트(Map exit) 인 셈이다.

여기까지는 구글과 우리 정부의 싸움이었는데 최근 미국의 통상 압력과 조세 회피설이 나오면서 확전되는 분위기다. 미국 정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를 넘어 국무총리실까지 보고된다는 얘기가 나왔고, 일부 언론에서 미국 대사관이 이 문제를 대표적 통상규제로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또 구글의 지도 서비스 확대 시 타격을 우려하는 국내 업체들은 구글의 조세 회피 의혹을 제기했다. 구글이 우리나라에 지도 서버를 설치하면 되는데 일부러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국내에 서버를 두지 않고 지도 반출을 고집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과거 국세청이 IT서비스업체의 경우 계약 체결, 상품 전달 등을 제공하는 서버가 있어야 과세 가능한 고정사업장으로 본다고 행정해석을 했기 때문이다. 구글은 국내에 서버가 없고 국내업체들의 검색광고 계약을 싱가포르법인이 담당하며 이용자들의 앱 구입 결제도 해외 서버에서 달러로 진행한다. 따라서 구글을 상대로 법인세 이외 영업 소득에 대한 직접 과세가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구글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한다. 조세 회피가 아닌 해외 여러 군데 분산 배치된 구글 서버에 지도 데이터를 저장하려는 것뿐이고, 세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차원에서 논의되는 다국적기업세법을 따르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OECD는 다국적 기업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모두 합쳐 세금을 부과하는 ‘특정외국법인 유보소득 합산과세제도’(CFC)를 논의 중이다.

문제는 정부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8월 말까지 내놓기 위해 국토부를 중심으로 미래창조과학부, 외교부, 국방부, 안전행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정보원 등 7개 부처가 ‘공간정보 국외반출 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22일 비공개 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국토부는 반대, 미래부 산자부 외교부는 찬성 식으로 의견이 갈리다 보니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의혹만 키우고 있다. 구글의 지도 데이터 해외 반출에 반대하는 국내 IT업계에 대해 정부가 함구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업체들은 정부가 이미 구글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

이는 정부가 자초한 일이다. 부처별 의견이 갈리며 오락가락하고 논의 과정조차 충분하지 못하다 보니 각종 의혹이 터져나올 수 밖에 없다. 국민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민감할수록 공개적이고 객관적인 논의와 검증이 필요하다. 정부는 낡은 규제로 혁신적 서비스를 가로막고 있는 것인지, 조세 회피 의혹은 없는 지, 지도 데이터의 해외 반출 후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 가능한 지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미진한 부분이 없도록 국민들에게 속 시원하게 밝혀야 한다.

최연진 디지털뉴스부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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