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 회장 재직 시절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을 부실 관리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홍기택(사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리스크 담당 부총재가 돌연 휴직계를 내고 두문불출하고 있다. 겉으론 ‘일신상의 사유’ 때문이라지만, 사실상 자진사퇴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홍 부총재는 지난주 AIIB에 휴직계를 제출하고 이날부터 휴직에 들어갔다. 지난 2월 부총재에 취임한지 4개월 만으로, 휴직기간은 일단 한 달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AIIB의 첫 연차총회에 별다른 설명 없이 불참해 뒷말을 샀다. 당시 총회에 참석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진리췬(金立群) 총재와의 면담 과정에서 휴직계 제출 사실을 전달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재가 결국 사퇴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그는 최근 잇단 언론 인터뷰에서 대우조선 지원이 청와대와 정부의 주도로 강행됐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은 데 이어, 감사원 감사에선 대우조선 부실을 방치한 책임자로 지목된 바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로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고 전했다. 여기에 향후 검찰 수사나 청문회가 진행될 경우 그의 AIIB 부총재직 수행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점을 고려한 포석이란 분석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AIIB 부총재는 총재가 임명하는 자리로 우리가 좌우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지만, 당초 부총재직 확보에 정부가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한ㆍ중 정부간 물밑 교감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종=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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