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검, 조희팔 다단계 금융사기사건 재수사결과 발표
주변인물ㆍ중국현지 등 조사결과 2011년 12월 사망 결론
7만여 명으로부터 총매출 5조715억… 범죄수익 2900억ㆍ피해금액 8400억
공탁ㆍ회수ㆍ추징보전금액은 952억 원 불과
환수재산 피해자 대상 분배에 10년은 걸릴 듯
단군이래 최대규모 다단계사기사건의 주범 조희팔은 숨진 것으로 결론 났다.
김주원 대구지검 1차장검사는 28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희팔 사건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다각적인 조사 결과 조희팔은 숨진 것으로 판단돼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희팔이 2011년 12월 18일 내연녀 등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한 호텔 지하 가라오케에서 술을 마시고 객실로 돌아온 뒤 갑자기 구토를 하며 쓰러졌고, 인근 중국 인민해방군 제404병원으로 이송했으나 19일 0시15분쯤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경찰이 2012년 5월 조희팔이 숨졌다고 발표했던 것과 같은 내용이다.
조희팔 사망 판단 근거로 검찰은 ▦현장에 있던 내연녀와 장례식 등에 참석한 조희팔 가족 등 14명이 당시 응급실 상황과 장례식, 화장 상황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사망 직전 조희팔을 치료한 중국인 의사 진술 ▦조희팔 사망 목격자 2명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 진실반응이 나왔고 ▦조희팔 사망 직후 채취했다는 모발 유전자감식 결과 조희팔로 확인됐으며 ▦조희팔 장례식 촬영 동영상 감정결과 위조ㆍ편집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었다. 또 ▦2011년 12월19일 이후 중국 골프장에서 조희팔과 동일인으로 지목된 조용복(골프장 출입)과 조모(중국 농장 운영)씨는 모두 조희팔과 무관한 인물로 확인됐으며, ▦조희팔 사망 당시 진료병원은 숙소에서 300㎞ 떨어진 곳이 아니라 500m거리에 있었고, ▦조희팔 사망증명서에 ‘파출소착장’ 직인이 없는 것은 중국에선 타살 혐의가 있는 경우에만 직인을 날인한다는 점도 조희팔 사망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조희팔 유골에 대한 유전자 감정은 화장할 때 고열로 염기서열이 훼손돼 DNA감정이 불가능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희팔 일당ㆍ비호세력 등 45명 구속기소, 26명 불구속기소
검찰은 2014년 7월 재수사에 착수한 뒤 지금까지 금융다단계 법인 행정부사장으로 2인자인 강태용(53) 등 45명을 구속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강태용의 처 등 5명을 기소중지했다.
특히 조희팔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고 뒤를 봐 준 검찰, 경찰 수사관들이 8명이나 됐다. 당시 금융다단계 유사수신행위 전담 수사부서인 대구지방경찰청 수사2계 소속의 정모 경사 등은 금품향응을 제공받고 수시로 수사정보를 누설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정 경사 등은 충남 서산경찰서가 2008년 봄부터 수사망을 좁혀오자 마지 못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조희팔 일당이 전산자료를 삭제하고 중국 등으로 도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간부급 검경 수사관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대구지검에서 범죄수사정보를 담당하던 오모(55) 검찰사무관(이후 서기관 승진)은 자신이 주선해 조희팔 측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업자들로부터 20억 원이나 받아 챙겼다. 당시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이던 권모(51ㆍ이후 총경 승진)씨는 경찰의 전산센터 압수수색 직전에 조희팔로부터 9억 원을 직접 받아 챙겼다.
이와 함께 당시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김모(50) 경위는 권 총경이 조희팔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알고 “형님, 돈 받은 거 압니다”라며 접근해 차용형식으로 1억 원을 받았다가 검찰에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강태용으로부터 수사무마 청탁과 함께 2억7,000만 원을 받고 뇌물수수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광준 부장검사는 법원으로부터 알선수재죄로 징역 7년을 선고 받아 복역 중이다.
원로 조폭ㆍ유명 목사 동생도
기소된 인물 중에는 수사무마를 핑계로 로비자금 명목으로 4억 원을 받아 가로챈 원로조직폭력배 조모(76)씨, 또 수사무마를 핑계로 투자금 형식으로 5억 원을 받아 챙긴 유명 종교인의 동생 조모(63)씨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은 검경에 로비 할 능력도, 위치에도 있지 않았고, 로비를 빙자한 금품만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검찰은 조희팔이 중국 밀항 과정에서 해경 등의 비호혐의는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희팔이 밀항 자금으로 1억 원이라는 거액을 건넸는데,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마약밀매로 판단한 것 같다"며 "통상 마약은 증거물 확보가 중요, 공해상에서 마약은 건네 받아 입항할 때 검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총 매출 5조ㆍ범죄수익 2900억ㆍ투자자 순수 피해 8400억
이번 재수사를 통해 조희팔 일당의 사기 규모는 2006년 6월부터 2008년 10월 말까지 24개의 법인을 통해 7만여 명으로부터 총 5조715억 원을 끌어 모았다. 이 중 4조8,701억 여 원을 원리금으로 투자자들에게 지급하고 남은 2,014억 원과 900억 원대로 추산되는 미확인 현금ㆍ수표 등 2,900억 원이 범죄수익금으로 집계됐다. 매출규모만 따지면 건국 이후 최대 규모다. 하지만 투자자 중에는 원금보다 많은 돈을 받아간 사람도 있기 때문에 순수 피해액(원금 기준)은 8,4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다단계 특성상 초기 투자자들은 끝까지 가지 않고 발을 빼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씨 일당도 1구좌에 440만원을 투자하면 1주일 후부터 116일간 매일 평균 3만5,000원 씩 모두 581만 원을 준다며 자금을 끌어 모았다. 연리로 환산하면 수익률이 60%가 넘으며, 일부 투자자들은 거액의 수익을 올리고 발을 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재투자를 했거나 2008년 봄부터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은 투자금 대부분을 날렸다.
검찰이 이 같은 피해규모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은 2008년 10월 압수한 전산센터 하드디스크 복원이 결정적이었다. 압수 후 복원하지 못했지만 직전 전산실장인 배상혁이 검거돼 협조하면서 성공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 통해 검찰은 막판 일부 현금거래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금거래내역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2,900억 원의 범죄수익금 중 1,390억 원은 고철무역업 등에 차명으로 투자ㆍ관리했고 직원 급여 등 회사 운영경비가 912억 원이었다. 조희팔 등이 법인자금을 횡령해 개인적으로 착복한 돈이 507억 원, 나머지 153억 원은 피해자들이 조희팔 도주 이후 법인계좌에 남아 있던 자금을 추심해갔다.
조희팔 등은 횡령한 507억 원 중 검ㆍ경 수사관이나 브로커 등에게 뇌물이나 로비자금으로 쓴 돈은 32억 4,600만 원으로 집계됐다.
환수금액은 1000억 원도 안돼
순수 피해금액만 해도 1조 원에 육박하지만 남은 재산은 1,000억 원도 되지 않아 피해회복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범죄수익금 대부분의 사용처가 드러남에 따라 추가로 환수할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범죄수익금 2,900억 원 중 고철업체에 투자한 720억 원 등을 공탁ㆍ회수조치했다. 또 232억 원 상당의 부동산과 금융계좌를 추징보전했다. 나머지 금액은 대부분 조희팔 일당이 사용한 것으로 보여 앞으로 추가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남은 재산 분배과정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피해자 범위 산정부터 배분 기준 설정, 피해금액 확정 등 해결까지 첩첩산중이다.
우선 피해자 범위 선정부터 난관이 예상된다. 다단계 특성상 피해자가 가해자이고 가해자가 곧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 금액 이상 끌어 모으면 자동승급이 되는데, 센터별로 5~10명인 최고직급 국장급에서도 거액을 날린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또한 불법으로 자금을 끌어 모은 가해자이기도 하다.
지역 법조계에서는 지금처럼 민사소송을 통한 잔여재산 분배는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회수한 피해액을 피해자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줄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법정 소송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원고 수가 워낙 많아 송달에만 몇 년이 걸릴 정도이고, 피해액 산정부터 어려워 10년도 부족하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 때문에 조기 해결을 위해선 특별법 제정 등 입법권에 기대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개업 변호사는 “검찰이 복구한 전산자료 등을 토대로 투자자별 피해금액을 확정하고, 특별법을 통해 분배대상과 방식 등을 정해야만 조기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원 1차장검사는 “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남은 수배자 검거와 피해회복을 위한 범죄수익 추징업무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력 조희팔, 특유의 화술로 사기 대부 등극
초등학교 졸업이 정규학력의 전부인 것으로 알려진 조희팔은 우유배달 등으로 어린 시절은 보낸 뒤 1990년대 후반 방문판매를 계기로 다단계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씨 지인들은 "별 내용도 없는 것인데도 조희팔의 입을 통해 나오면 그럴듯하게 하는 능력을 가졌다"며 "막판까지 전국 각지의 부동산이나 요트, 호텔 등에 투자자들을 불러모아 거창한 사업계획을 늘어놓았고, 상당수 피해자들이 이에 현혹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주)엘틴을 설립, 목욕탕 등에 안마기를 임대해 연리 60~70%의 높은 수익을 올려주겠다며 불법으로 자금을 끌어 모은 뒤 문제가 생기면 폐업하고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는 수법으로 범행을 계속했다. 2008년 봄 충남 서산경찰서에서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자 범죄수익금을 은닉한 뒤 그 해 10월 31일 대구 수성구에 있던 전산센터 자료를 삭제하고 중국으로 밀항하거나 잠적했다.
2인자 강태용은 수배령이 내리기 전 11월 초 대구공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했고, 조희팔은 그 해 12월10일 충남 태안군 마검포항을 통해 서해 격렬비열도 부근 해상에서 중국으로 밀항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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