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C급 너무 많이 왔어요.”
역시 ‘독설 대장’ 이경규였다. 그는 2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신한류플러스에서 열린 제1회 홍대코미디위크(‘홍코’)간담회에서 “기자회견은 저 혼자 하는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홍코’에서 선보일 코미디 공연 ‘응답하라 이경규’ 관련 기자회견인 줄 알았는데, 김영철·김준호 등 10여 명에 이르는 후배들과 함께 하게 돼 말 할 기회 조차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것에 대한 농담이었다. 이경규는 “이렇게 많이 오는 줄 알았으면 안 올 걸 그랬다”고 우스개를 이었다. 그는 모처럼 잡은 발언 기회에 김영철이 끼어들자 “그만해”라고 호통을 쳐 다시 한 번 웃음을 줬다. 딱딱한 간담회 현장은 예능 프로그램 녹화 현장이 됐다.
이경규는 내달 2일 서교동 윤형빈소극장에서 코미디 공연 ‘응답하라 이경규’로 관객들과 만난다. 이경규가 코미디를 위해 무대에 서기는 1997년 MBC ‘오늘은 좋은 날’ 코너 ‘별들에게 물어봐’를 끝낸 뒤 19년 만이다. 이경규는 “윤형빈의 적극적인 구애로 (코미디 공연을)승낙했다”고 말했다. 윤형빈은 코미디 공연의 부흥을 위해 코미디 전용 소극장이 몰려 있는 홍익대 일대에 축제를 기획했고, 이경규를 섭외했다. 이경규는 “어려운 시대에 개그맨들이 뭉쳐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웃음을 드리겠다는 각오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홍코’ 참여는 방송인으로서의 자기계발을 위한 도전이기도 했다. 이경규는 “방송에서 웃음을 드리는 것도 즐겁지만, 오랫동안 활동하다 보니 표현 방법에 한계가 왔다”며 “무대에서 공연을 하면 내가 생각한 것들과 TV를 통해 보여 드리지 못했던 것들을 좀 더 보여 드릴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섰다”고 말했다. 1981년 제1회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해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코너 ‘양심 냉장고’와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 여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웃음을 줬지만, 새로운 웃음을 위해 용기를 냈다는 얘기다. 이경규는 “지금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무대에 서는 것”이란 말도 보탰다.
방송 활동 중단 없이 꾸준히 TV에 나왔지만, 19년 만에 코미디 아이디어를 짜는 일은 쉽지 않았다.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바뀌듯, 코미디 유행도 변한다. 이경규는 “윤형빈 공연에 특별 출연을 하고 ‘옹알스’의 공연도 보고, (김)제동이의 토크쇼 공연장에도 가 나름대로 ‘요즘 공연을 이런 식으로 하는구나’란 걸 익혔다”고 말했다. 그래도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다. 불쑥 “옛 코미디 레퍼토리를 자꾸 하게 되는 것도 단점”이라고 솔직히 인정했다.
이경규는 후배인 이윤석, 윤형빈과 함께 ‘응답하라 이경규’를 꾸린다. “본격적으론 석 달 전부터” 준비했다. 공연 형식은 스탠딩 코미디다. 이경규는 “판토마임과 마술도 할 것”이라며 뮤지컬 스타일로 다채롭게 공연을 꾸릴 계획”이라고 공연 구성을 소개했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함께 나왔던 개들도 데리고 나와 ‘개쇼’도 보여준다. 1994년 첫 선을 보였던 ‘별들에게 물어봐’를 2016년 버전으로 각색한 콩트도 선보인다. 이경규가 제작했던 영화 ‘복수혈전’ 속 절권도를 소재로 한 관객 참여 코너도 만들었다. 이경규는 “후배들 공연에 비해 어설픈 건 사실”이라며 “다만 진정성을 갖고 공연을 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기대했다. ‘예능 대부’라고는 하지만, 점잖은 말만 하면 이경규가 아니다. 그는 옆에 앉아 있던 김영철을 바라보며 “김영철 공연에 과연 관객들이 5만 원을 내고 올까 걱정이 많이 된다”며 “제 공연 입장료(5만 5,000원)가 비싼 만큼 그 값어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할 것”이란 짓궂은 농담으로 다시 한번 행사장의 분위기를 띄웠다.
코미디 공연 출연료에 대해선 “내 출연료를 나도 모른다”며 멋쩍게 웃었다. 이경규는 “(윤)형빈이가 내게 출연료 얘기를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나도 물은 적이 없다. 전혀 신경 안 쓴다”고 하면서도 “나이 많은 내가 다 (공연수익을)가져가야겠죠”라고 농담을 해 또 웃음을 줬다. 이경규는 ‘홍코’에서의 공연에 이어 8월 부산에서 열릴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도 참여한다.
사흘간 진행될 ‘홍코’에는 ‘쇼그맨’(1일.KT&G 상상마당), ‘김영철의 조크 콘서트’(2일.KT&G 상상마당)와 ‘옹알스’(2일.디딤홀) 그리고 ‘이수근의 웃음팔이 소년’(3일.더 스텀프) 등 다양한 코미디 공연이 홍익대 일대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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