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에 ‘야구인 2세’ 선수가 또 한 명 추가됐다. 이쯤 되면 야구인 2세들의 집합소라고 불려도 어색하지 않다.
넥센은 27일 2017 1차 지명 신인으로 휘문고 유격수 이정후(18)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정후가 더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46) MBC SPORTS+ 해설위원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고교 통산 42경기에 나와 타율 0.397(144타수 55안타) 1홈런 44득점 30타점 20도루를 기록할 만큼 타격과 주루에 재능을 보이고 있다. 고형욱 넥센 스카우트팀장은 “배팅 스피드나 컨택트, 변화구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 타격 쪽에서 타고난 기질이 있는 것 같다”며 “주루 센스도 있다. 고교생 플레이보다 한 단계 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14년 2차 3라운드 29순위로 넥센에 입단해 현재 팀의 주전이자 리그에서 손꼽히는 유격수로 성장한 김하성을 위협할 만한 재목이다. 고형욱 팀장은 “컨택트 능력이나 타격 밸런스 등에서는 고교 시절 하성이보다 한 단계 위로 보인다. 수비 부문에서는 김하성이 더 위에 있다. 이정후는 수비시 스텝을 보완한다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후뿐 아니라 넥센에는 유독 프로야구 선수 출신의 2세들이 많이 모여 있다. 송진우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아들 송우현, 임주택 한화 운영팀 차장의 아들 임동휘, 이병훈 전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의 아들 이용하 등이 모두 넥센에서 뛰고 있다. 이 외에도 2006년 현대 2차 7라운드 56순위로 입단해 넥센 소속이 된 유재신은 유두열 전 김해고 감독의 아들이고, 박종훈 NC 고양본부장의 아들 박윤은 지난해 말 SK에서 웨이버 공시된 뒤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넥센에 속한 선수들 외에도 KBO리그에는 야구인 2세 선수들이 적지 않다. LG 유원상, kt 유민상 형제는 유승안 경찰야구단 감독의 아들이고,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이성곤의 아버지는 이순철 SBS SPORTS 해설위원이다. SK 정의윤의 아버지는 정인교 전 롯데 코치다. 넥센처럼 2세들이 많이 모여 있는 팀을 찾기는 힘들다.
이는 넥센 스카우트팀이 많이 듣는 이야기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고 팀장은 “다들 그 이야기를 하시더라”며 “부모를 닮아 좋은 자질을 갖고 있을 순 있지만, 야구인 2세이기 때문에 뽑은 게 아니다. 이번에도 이정후라는 선수 자체만 보고 판단을 했다. 좋은 선수라고 판단했는데, 그 선수의 아버지가 야구를 하신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넥센이 택한 좋은 자질을 가진 선수들 중 야구인 2세들이 유독 많았던 셈이다.
야구인 2세라는 점만으로도 프로 세계에 들어서면서부터 많은 조명을 받지만, 이들에게 ‘아버지’라는 존재는 넘어서야 할 가장 큰 산이기도 하다. 자칫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선수 생활에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정후는 “프로가 됐으니 새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준비해 꼭 아버지보다 뛰어난 선수가 되겠다”고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김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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