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결성 초창기부터 화제였다. 데이비드 챈(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악장) 같은 스타 연주자들로만 단원을 구성했고 전부 암보로 연주할 만큼 연습도 철저했다. 1996년 세계적인 음악축제 아스펜 음악제에서의 일화는 신생 악단을 전설로 만들었다. 정전으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이어간 비발디 ‘사계’ 연주는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이듬해 이 음악제 상임 실내악단으로 임명되며 실력은 간단히 검증됐다. 아마데우스 현악 4중주단, 클리블랜드 4중주단, 줄리어드 4중주단 등 명 연주단체들이 거친 곳이다. 강효 줄리어드음악원 교수가 재능이 뛰어난 한국계 학생을 주축으로 만든 앙상블, 세종솔로이스츠 얘기다. 120여개 도시, 500여회 공연을 거치며 ‘세계 최고의 앙상블 중 하나’(CNN TV)가 됐다.
세종솔로이츠가 한국 공연을 갖는다. 2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과 함께하는 ‘사계’에서다. 앙상블의 대표 레퍼토리인 비발디 ‘사계’를 비롯해 강석희의 ‘평창의 사계’, 현제명의 ‘산들바람’ 등을 연주한다.
단원들은 27일 서울 한 호텔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최고의 비결’로 당연하다는 듯 연습을 꼽았다. 강효 교수를 사사하고 2005년부터 앙상블에 합류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지인(34)은 “입단 초기 연주곡을 전부 외워오라고 했다. 15명 내외 앙상블에는 단원 교체가 있게 마련인데 연주자 새로 왔다는 티가 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연주회 전에는 최소 하루 6시간씩 일주일은 같이 연습해요. ‘정전도 막지 못한 연주’가 왜 가능한 줄 알았죠.”
최정상급 연주자들과 호흡을 맞추는 건 그 자체로 공부가 됐다. 2009년 들어온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조(23)는 “실내악이라기보다는 지휘자가 없는 오케스트라 성향이 강하다”며 “개성 강한 연주자들이 호흡 맞추는 것 자체가 많은 음악적 경험을 하게 하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유연하고 민주적인 방식의 운영도 앙상블이 ‘롱런’하는데 한몫 했다. 현재 악장을 맡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샤동 왕(47)은 1997년부터 활동한 앙상블의 왕고참이지만 “전 악장은 다니엘 조였다. 제 순서가 됐기 때문에 악장을 맡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첼리스트 정수진(31)은 “단원이 많은 게 운영에는 도움이 된다”며 “트리오, 콰르텟은 멤버 한 명이 빠지면 연주회를 열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이 크지만 15명이 모이다 보니 한두 명이 빠져도 앙상블 특유의 음색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멤버 결원이 있을 때는 자연스럽게 이전 단원, 혹은 앙상블과 호흡을 맞춰온 객원 단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악장 샤동 왕과 이번 연주회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호흡을 맞추는 길 샤함 모두 클래스 커플. 샤동은 “이 얘기를 하려면 아주 길다”며 농을 던진 후 “1997년 입단해 2002년 아내가 메트로폴리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떠날 때까지 함께 앙상블에서 활동했다. 책임과 조화를 배웠다”고 말했다. “길 샤함과는 강효 교수 밑에서 함께 배웠어요. 잘 나가는 친구이니 똑같은 곡을 얼마나 많이 연주했겠어요? 최고의 연주자이지만 매번 최선을 다해서, 매번 새로운 음악을 들려줄 때 정말 감탄하죠.” 길 샤함의 아내 아델 안토니는 세종솔로이스츠 초대 악장으로 재작년 링컨센터에서 열린 20주년 기념공연에서 한 무대에 선 바 있다.
2일 연주곡은 비발디 ‘사계’와 강석희의 ‘평창의 사계’. 2006년 세종솔로이스츠가 위촉해 발표한 강석희의 곡은 15명 연주자들의 솔로 파트가 한 번씩 모두 등장하는 난곡 중의 난곡으로 꼽힌다. “연주자에게는 힘든 곡이지만 듣는 사람에게는 평창의 모습이 그려질 정도로 전통적이고, 감성적이면서 컬러풀한 곡입니다. 외국에서도 호응이 좋아 연주할 때마다 신이 나죠.”(올레 아카호시)
(02)584-5494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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