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피츠버그는 우천 순연됐던 콜로라도와 원정 단판 승부를 위해 덴버로 떠났다 경기를 마친 뒤 다시 피츠버그로 돌아왔다. 말이 당일치기이지 피츠버그에서 덴버까지는 무려 2,300㎞. 왕복 4,600km는 서울과 부산을 약 다섯 번 오가는 살인적인 이동 거리다. 물론 전세기로 이동하는 메이저리그지만 한 시즌을 치르는 동안 이동 시간과 그로 인한 체력 소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국에서 7년을 뛰었던 선수들도 동ㆍ서부 시차가 3시간 나는 광활한 땅에서 년 162경기를 치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박찬호(43)도 류현진도(29ㆍLA 다저스)도 데뷔 초기 시차 적응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미국에서 자리 잡은 추신수(34ㆍ텍사스)와 적응 과정을 거친 2년차 강정호(29ㆍ피츠버그)를 제외하곤 올해 데뷔한 한국인 루키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미국의 야구 분석 사이트인 베이스볼 서번트(baseballsavant.com)에 따르면 미네소타 구단은 올 시즌 2만8,948마일의 이동 거리가 예정돼 있다. 약 4만6,587㎞에 해당된다. 지구 한 바퀴를 넘게 돌아다니는 셈이다. 지난해 박병호가 몸 담았던 넥센이 한 시즌 동안 움직인 8,532㎞의 약 5.5배에 이른다.
그런데 이대호(34ㆍ시애틀)에 비하면 박병호는 ‘애교’ 수준이다. 미국 서북부 끝자락에 위치한 시애틀은 올 시즌 자그마치 4만7,704마일(약 7만6,772㎞)를 날아다닌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을 통틀어 가장 많은 이동거리다. 이대호는 KBO리그 롯데 시절 국내 구단 중 가장 많이 이동했고, 일본에서는 리그에서 비교적 이동 거리가 많지 않은 오사카(오릭스)와 후쿠오카(소프트뱅크)에 머물렀다.
추신수의 텍사스도 지옥의 스케줄로 악명 높은 팀이다. 같은 리그에서도 시차가 날 정도다. 올해 전체 네 번째이자, 한국인 가운데는 이대호 다음으로 많은 4만1,128마일(약 6만6,189㎞)의 이동 거리다.
김현수(28ㆍ볼티모어)는 올 시즌 3만2,322마일(약 5만2,017㎞)의 여행이 계획돼 있다. 지난해까지 김현수가 뛰었던 두산이 올 시즌 이동할 거리(약 9,095㎞)의 5배가 넘는다.
오승환(34)의 소속팀 세인트루이스는 약 2만6,451마일(약 4만2,568㎞)을 날아다닐 예정이다.
한국인 빅리거 가운데 가장 이동거리가 적은 선수는 강정호다. 피츠버그는 올 시즌 시애틀의 절반 수준인 2만6,134마일(약 4만2,058㎞)의 여행이 계획돼 있다. 30개 구단 중 7번째로 적은 거리다.
한편 국내 팀들 가운데 올 시즌 가장 이동 거리가 많은 팀은 KIA로 약 1만1,078㎞, 가장 적은 팀은 넥센(약 7,838㎞)이다. 미국과 거의 5~6배 차이가 나는 셈이다.
메이저리그는 팀 별로 27일까지 전체 162경기 중 74~78경기를 치렀다. 지금까지는 생존 경쟁을 위해 몸부림쳤다면 이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한국인 빅리거들에겐 체력과의 전쟁이 변수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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