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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All men are equal?(모든 인간이 평등할까)

입력
2016.06.2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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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놀다가 ‘No fair’라는 말을 자주 한다. 부당하거나 억울할 때 쓰는 말이다. 어른들은 ‘No fair’대신에 ‘Life is unfair’라고 말한다. 공정한 기회를 말하는 민주주의는 물론이고 심지어 공산주의에서도 ‘평등’을 외치지만 고전 격언에 따르면 사람이 평등해지는 때는 ‘교회에 가서 하나님 앞에 설 때나 여관에 들어갈 때 그리고 관속에 들어갈 때’(In church, in an inn, and in coffin, all men are equal.)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죽고 나서도 부자와 빈자 간의 대우가 다르다. 오늘날 유일하게 ‘평등’이 실천되는 상황은 ‘In the voting booth, everyone is equal.’ ‘Only when death comes, all men are equal’처럼 누구나 한 표씩 투표할 때, 그리고 누구나 죽게 될 때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최악의 불평등은 동등하지 않은 것을 똑같게 하려는 것’(The worst form of inequality is to try to make unequal things equal.)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본래 평등할 수 없는데 만인이 평등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스럽다는 얘기다. 영국의 여성 정치인 Theresa May는 ‘불평등처럼 복잡한 문제를 법 조항 하나로 해결할 수는 없다(You can’t solve a problem as complex as inequality in one legal clause.)고 고백했다. 남아공의 Nelson Mandela의 말처럼 ‘가난과 불의, 불평등이 있는 한 어느 누구도 진정으로 편안할 수 없다’(As long as poverty, injustice and gross inequality persist in our world, none of us can truly rest.)는 것이 정치 사회적 불안의 요인이 되는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인간은 평등하다는 의미를 ‘인간의 피는 누구나 똑같은 색’(Human blood is all of a color. There is no difference of bloods in a basin.)이라고 말하거나 ‘All cats are grey in the dark’ 혹은 ‘All men are equal’처럼 표현했다. 나아가 ‘평등은 자유의 천부적 권리’(Equality is the primordial condition of liberty.)라는 말도 있고 ‘Everyone has an equal right to inequality’라는 말처럼 불평등에 대해서는 누구나 분노할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균등의 기회에 대해서 혹자는 ‘고양이도 왕을 똑바로 볼 수 있다’(A cat may look at a king.)거나 ‘모든 신랑은 집에서는 왕’(Every groom is a king at home.)이라고 말하고 ‘어떤 여자든 어둠 속에서는 모두 미녀’(Joan is as good as my lady in the dark.)라고 말한다. 평등과 기회의 가능성은 있지만 과연 이것이 진짜 평등인지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엄연한 진리의 ‘The sole equality on earth is death’ 명언은 인간이 평등해질 수 있는 방법은 죽음밖에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는 모두 허망한 말일뿐이다. 경제적 불평등(economic inequality)이나 wealth gap 같은 문제들은 본래 자본주의가 ‘경제적 평등’을 주창한 것이 아니라서 영원히 해결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요즘엔 economic growth 얘기가 나와도 그 열매가 고르게 분배되지 않기 때문에 감동도 없고 온통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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