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녀ㆍ中의사 진술 등 근거
피해자 측 “엉터리 수사” 반발
단군 이래 최대 규모 다단계 사기사건의 주범 조희팔이 숨졌다는 최종 결론이 났다.
김주원 대구지검 1차장검사는 28일 오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희팔 사건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다각적인 조사 결과 조희팔은 숨진 것으로 판단돼 ‘공소권 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5년 전 중국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에 대해 끊이지 않았던 ‘위장 사망’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는 결론이다.
검찰은 조희팔이 2011년 12월 18일 내연녀 등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한 호텔 지하 가라오케에서 술을 마시고 객실로 돌아온 뒤 갑자기 구토를 하며 쓰러졌고, 인근 중국 인민해방군 제404병원으로 이송했으나 19일 0시15분쯤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는 경찰이 2012년 5월 조희팔이 숨졌다고 발표했던 것과 같은 내용이다.
조희팔 사망 판단 근거로 검찰은 ▦현장에 있던 내연녀와 장례식 등에 참석한 조희팔 가족 등 14명이 당시 응급실 상황과 장례식, 화장 상황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사망 직전 조희팔을 치료한 중국인 의사 진술이 있었고 ▦조희팔 사망 목격자 2명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 진실반응이 나왔고 ▦조희팔 사망 직후 채취했다는 모발 유전자감식 결과 조희팔로 확인됐으며 ▦조희팔 장례식 촬영 동영상 감정결과 위조ㆍ편집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었다. 또 ▦2011년 12월 19일 이후 중국 골프장에서 조희팔로 지목된 조용복씨와 조모씨는 모두 조희팔과 무관한 인물로 확인됐으며 ▦조희팔 사망 당시 진료병원은 숙소에서 300㎞ 떨어진 곳이 아니라 500m거리에 있었고 ▦조희팔 사망증명서에 ‘파출소착장’ 직인이 없는 것은 중국에선 타살 혐의가 있는 경우에만 직인을 날인한다는 점도 조희팔 사망 근거로 제시했다. 그간 제기됐던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희대의 사기사건으로 인한 사법처리는 다단계 업체 관계자뿐만 아니라 조희팔의 뒤를 봐준 수사기관, 수사무마를 위해 돈을 받아챙긴 조직폭력배, 피해자들이 조희팔로부터 받아야 할 채권을 가로챈 피해자 대표 등으로 확산됐다. 우선 검찰은 2014년 7월 재수사에 착수한 뒤 지금까지 금융다단계 법인의 2인자인 강태용(53) 행정부사장 등 45명을 구속기소하고 26명을 불구속기소하는 한편 강씨의 처 등 5명을 기소중지했다. 조희팔 측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편의를 제공한 검찰과 경찰 관계자도 8명이 처벌대상이 됐다. 기소된 검경 관계자 중에는 금품향응을 제공받고 수사정보를 누설해오다 충남 서산경찰서에서 수사가 본격화하자 꼬리자르기 식 수사에 나선 경찰관과 검찰수사관들이 포함돼 있다. 또 수사무마를 핑계로 금품을 받아 가로챈 원로조직폭력배 조모(76)씨도 불구속기소됐다.
이번 재수사를 통해 조희팔 일당이 7만여명으로부터 올린 총매출은 5조715억원이며, 투자자(피해자) 등에게 지급하고 남은 범죄수익금은 2,900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 중에는 원금보다 많은 돈을 받아간 사람도 있어 실제 피해금액(원금 기준)은 8,400억원으로 추산됐다.
검찰은 범죄수익금 2,900억원 중 720억원은 공탁ㆍ회수조치하고 232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금융계좌를 추징보전했다. 나머지 금액은 대부분 조희팔 일당이 사용한 것으로 보여 앞으로 추가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조희팔 수사는 일단락 됐지만 남은 재산 배분을 둘러싼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은 재산이 피해금액 8,400억원의 10% 가량밖에 되지 않은데다 복잡한 민사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 지역 재야 법조계에서는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김주원 1차장검사는 “수사결과 발표 이후에도 남은 수배자 검거와 피해회복을 위한 범죄수익 추징업무 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희팔 피해자모임인 ‘바른 가정경제 실천을 위한 시민연대(바실련)’ 측은 “검찰 수사는 엉터리”라고 반발하며 조희팔 검거작업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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