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김혜수는 자타공인 대한민국 대표 톱스타다.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해 하이틴 스타로 이름을 알렸다. 30년이 흐른 지금까지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긴 세월 동안 변화를 거듭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촬영장 막내에서 연기 잘하는 맏언니가 됐다. 그럼에도 김혜수는 변하지 않았다. 배우라는 직업에 걸맞게 적어도 1년에 한 작품씩 꾸준히 대중을 만나고 있다. 2016년 김혜수는 또 바쁘다. 올 초에는 드라마 '시그널'로 안방극장을 찾았고, 코미디 영화 '굿바이 싱글'은 29일 개봉했다. 하반기에는 범죄액션 누와르 '소중한 여인'으로 또 한 번 극장가를 정조준한다. 황지영기자 hyj@sporbiz.co.kr
-활발한 활동에 고맙다는 팬들이 많다.
"의도한 건 아닌데 어쩌다 보니 그렇다. 작품 선택 순서는 영화 '굿바이 싱글', '소중한 여인', '차이나타운', 드라마 '시그널'인데 순서는 뒤바뀌었다. 지난해 이미 '차이나타운'이 개봉했고 '시그널'은 올 초 종영했다. 장르나 캐릭터가 겹쳤다면 보는 이들의 피로도가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아 다행이다."
-'굿바이 싱글'을 오래 기다리면서 출연한 이유가 있나.
"이유라기보다 그냥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오래 걸렸다. 3년 전 시나리오를 처음 봤다. 당시 김태곤 감독이 각색 중이었다. 작품 방향성을 잡아가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극중 고주연과 진짜 김혜수 사이에서 고민이 있었는지.
"직업이 같아 걱정됐다. 관객들이 김혜수가 자기가 가진 어떤 한 파트를 꺼내 연기한다는 인상을 줄까 신경이 쓰였다. 그냥 고주연은 정말 캐릭터 자체로 살아있었으면 했다. 그러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필요하고, 어떤 것들을 조심해야 하는지 감독과 상의를 많이 했다."
-제작사와 소속사가 같아 편한 점이 있을 것 같다.
"성격이 서로 다른 일들이라 각자 파트에서 맡은 업무들을 따로 처리했다. 제작은 회사에서 처음 하는 일인데 일하는 분들이 워낙 베테랑이라 내 일에 집중하기 좋았다."
-현장에서 김용건 다음으로 2등이었다고.
"아주 어려서 데뷔해 항상 막내였다. 어느 순간 동료가 생겼고 그러다 선배가 됐다. '굿바이 싱글'에서는 김용건 선생님 다음으로 2등이었다. 나이를 실감하고 사는 편은 아닌데 동료들이 기사 캡처한 것들을 보내줄 때 '헉' 한다. 괄호하고 내 나이가 적혀있다. 하하."
-코미디 장르는 또 오랜만이다.
"웃겨야 한다는 생각 없이 연기했다. 나는 유머감각이 없어 코미디를 의식했으면 잘 못했을 것 같다. 이미 캐릭터 자체가 웃음을 유발하는 인물이라 관객에게 인물의 진심이 잘 전달되길 바랐다."
-애드리브도 있었나.
"극중 뉴스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의 인터뷰가 전부 애드리브였다. 고주연이 말함직한 것들을 그냥 뱉었다. 또 미혼모에 대한 불편한 시선들에 대해 반박하는 장면도 애드리브가 많았다. 여러 번 찍다 보니 그 감정이 격앙되더라. 하면서 말이 보태졌다."
-마동석과의 호흡이 참 좋았다.
"현장에서도 굉장히 좋았다. 기본적으로 인간미가 있다. '마요미'(마동석+귀요미)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 알았다. (마)동석 씨는 웃음을 과장하려 하지 않고 포인트를 딱 지킨다. 적정선을 지켜 애드리브를 한다."
-흥행 촉이 오나.
"몰라, 몰라, 몰라~. 사실 촉은 빵점이다. 업계 사람들은 다 알 거다. 이정도 했으면 알만한데 나는 그쪽으로는 감이 늘지 않는다. 배우는 자기 몫을 끝까지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약속한 것들 다 해내고 그 과정에서 특별한 사람들 만나 배우고 느끼고."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뭔가.
"작가 필력이 좋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거기서 나는 무슨 역할인가, 어떤 것들을 수행해야 하느냐, 배우로서 욕망을 불러일으키느냐, 내 실력으로 감당할 수 있느냐, 욕심을 내서라도 할 수 있느냐, 같이 할 사람이 누군가. 이 모든 과정을 거친다. 단번에 잘하겠다 싶어 선택한 것은 없다."
-현장에서 김혜수는 어떤 모습인가.
"자기 일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교과서 같은 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이게 진심이다. 누군가 '선배는 작품의 부담이나 책임감을 어떻게 이고 가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감당하지 못할 부담이나 책임감이라면 하지 않는 게 옳다고 본다. 자기 것도 제대로 못하면서 괜한 책임감에 여기저기 챙기면서 팀 분위기 좋게 만드는 거? 다 소용없다. 연기를 잘 해야 한다. 내 연기 하자고 누구를 희생시키면 안 된다."
-매너리즘에 빠지면 어떻게 극복하나.
"나도 모르게 그런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그 당시엔 분명 내가 어떠한 조치들을 했을 거다. 한 가지 일을 오래하면 피해갈 수 없는 게 매너리즘인 것 같다. 잘 하는 순간에도 온다. 어떤 식으로든 노력이 필요하지만 반드시 극복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시간도 필요하다."
-예능에 눈을 돌려보는 건 어떤가. 과거 '김혜수의 플러스유' 토크쇼가 그립다.
"제안을 많이 받았다. 토크쇼할 때 너무 좋았다.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을 자주 만나지만 배우의 철학이나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들어볼 수 있는 시간은 없다. '맛집이 어디 있더라, 저기 맛있대' 이런 이야기를 하지(웃음). 그런데 토크쇼는 자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한편으로는 다시 하고 싶기도 하고, 반면 그때의 추억으로 딱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다."
-한류 진출도 좋을 것 같다.
"한류스타가 되려면 멜로를 해야 하는데 내 취향이 아니다. 까다로운 건 절대 아니다. 1991년 '잃어버린 너'가 기억하는 멜로 작품이다. 내 의지로 작품 고르기 시작하고서부터는 멜로를 많이 찍진 않았다. 나중에 호기심이 생기면 해볼 생각이다."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제공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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