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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일탈? 엇나가는 학교전담경찰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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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일탈? 엇나가는 학교전담경찰관, 왜

입력
2016.06.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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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예방 위해 2012년 도입

가해학생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경찰 한명이 학생 5000여명 관리

연령ㆍ성별에 맞는 대응 어려워

불량청소년 선도한 미담 발표 등

홍보에 치중하는 업무행태도 문제

학교지원경찰관이 지난 2013년 2월 서울 중랑구 망우동 봉화중학교에서 교실 순찰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은 2013년 3월 학기부터 기존 ‘학교지원경찰관’을 ‘학교전담경찰관’으로 확대 운영해 경찰관 1인당 평균 3.4개 중고교를 맡아 집중 관리해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학교지원경찰관이 지난 2013년 2월 서울 중랑구 망우동 봉화중학교에서 교실 순찰을 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지방경찰청은 2013년 3월 학기부터 기존 ‘학교지원경찰관’을 ‘학교전담경찰관’으로 확대 운영해 경찰관 1인당 평균 3.4개 중고교를 맡아 집중 관리해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부산에서 학교전담경찰관(SPOㆍSchool Police Officer)이 자신이 담당하던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SPO의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에 올랐다. ‘경찰이 앞장 서 학교폭력을 추방하겠다’는 SPO의 도입 취지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인력 부족과 실적 채우기에 시달린 데다 경찰청 차원의 체계적 관리도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전담경찰관 제도는 2011년 대구에서 학교폭력에 희생된 자살 사건이 이슈화하면서 이듬해 6월부터 전국에 도입됐다. 전국 일선경찰서에 소속된 SPO들의 애초 임무는 관내 학교를 담당하며 문제 청소년을 선도하거나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학교폭력 예방 강연에 힘을 쏟는 일이었다. 4년간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SPO와 학교 측의 협업 시스템이 정착된 결과 2012년 2만3,877명이던 학교폭력 가해학생 검거 규모는 지난해 1만2,495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부터는 학교 밖 청소년 선도에도 나서 5,719명 중 4,732명을 가정이나 지원센터로 인계했다.

이처럼 SPO제도가 뿌리내릴 즈음 부산에서 터진 성추문으로 인해 경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SPO들은 이번 사건을 ‘개인의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일부는 부실한 운영체계가 누적돼 미성년자 성관계라는 극단적 결과로 분출됐다고 비판했다. 실제 지난해 9월에도 경북 지역에서 40대 SPO A씨가 알고 지내던 고교 자퇴생의 소개로 만난 B(19)양을 승용차 안에서 성폭행했다가 적발되는 등 SPO의 성추문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었는데 상급 기관의 엄중한 경고나 사전 교육ㆍ관리는 부족했다.

SPO들의 가장 큰 고충은 턱 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는 SPO는 1,075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학교가 1만1,590여개, 학생 수는 610만명임을 감안할 때 경찰관 한 명이 10~13개 학교에서 5,000명이 넘는 학생을 담당하는 셈이다. 게다가 초ㆍ중ㆍ고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학생을 맡다 보니 연령별 특성에 맞는 전문적 상담도 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울의 한 SPO는 “학생과 상담할 때 교사나 상담사가 입회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있지만 담당 학생이 워낙 많아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성추문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여학생은 여성 SPO가 맡도록 나누는 게 필요하지만 만성적인 인력 부족으로 이마저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전국 학교 중 86%가 남녀공학인 반면, 여성 SPO는 32%에 그쳐 성별을 구분해 관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상담보다 실적 쌓기와 홍보에 치우친 주객전도식 업무 행태도 문제로 꼽힌다. SPO가 불량 청소년을 선도해 학교폭력을 예방했다는 내용은 경찰의 단골 홍보소재다. 경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준수한 외모의 SPO가 문제 학생과 마음을 열고 대화한 끝에 다시 학교로 이끌었다는 미담이 줄을 잇는다. 경찰이 지난해부터 도입한 ‘인지도 평가제’는 이런 분위기에 불을 붙였다. 인지도 평가는 SPO의 담당 학생들을 상대로 SPO 성과를 1년에 두 차례 설문을 통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소통을 강화하려는 목적이지만 평가 결과가 결국 소속 경찰서 실적에 반영돼 SPO들이 많은 시간을 이름 알리기에 허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SPO는 “내 평가가 곧 경찰서 실적이라는 부담 때문에 치안 활동보다 학교 앞에서 홍보성 춤을 추는 일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SPO 한 명이 교육은 물론, 상담과 홍보 등 모든 계도 업무를 홀로 담당해야 하는 시스템이 문제”라며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시스템을 표준화하고 SPO 선발 단계에서 전문성과 인성교육 절차를 꼼꼼히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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