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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주변에 글쟁이가 있으면

입력
2016.06.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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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글쟁이가 있으면, 그 주변 사람들은 피해자가 되기 쉽다.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글에서 그들은 느닷없이 등장하며 잊고 싶은 과거로 되돌아가야 하고, 체면을 구길 때도 있다. 반격할 지면이 없는 그들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한다. 생계를 위해 출판사로부터 선인세를 받고 발간한 산문집이 대여섯 권 되는 나 역시 가족들에겐 지독한 가해자이다. 미성숙한 상태에서 인지된 뒤 쉽게 이미지를 쇄신할 수 없었던 아버지야말로 가장 큰 피해자였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철저히 비밀로 했지만, 신문을 꼼꼼히 읽고 세상사에 관심이 많던 아버지는 어김없이 내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았고, 기필코 구해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판권까지 읽었다. 그 아버지야말로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책이 소설이 아닌 산문집이고, 사실을 바탕으로 썼음을 알았기에 섭섭한 마음을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자신을 근사하게 표현해주기는커녕 헐뜯고 야유하다 혼자 너그러운 척하는 딸의 글이 사실인지 아닌지 여부를 말없이 따졌을 뿐이다. 아버지는 내가 사실을 왜곡하지 않았다는 것 하나만으로 불편한 심기를 다스리려 조용히 애썼다. “사실대로 썼네” “기억력이 얼마나 좋은지...”“그런 일이 있었지” 하던 말은 결론적으로 그가 책 내용을 너그럽게 받아들였음을 느끼게 했다. 그처럼 무던히 나를 이해하려 애써 주었던 사람들이 그리운 날이 계속되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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