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양모(35)씨는 최근 매달 30만원씩 넣어온 3년 정기 적금을 탔다. 만기 지급액은 1,060만원, 세금을 떼고 받은 이자는 16만원에 그쳤다. 그는 “은행 정기 적금 이자가 1%대 초반에 불과해 다른 투자처를 고민 중”이라며 “은행 적금보다 수익률이 높으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 등에 돈을 넣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이달 9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1.25%로 내린데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ㆍBrexit)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지금과 같은 초저금리 시기가 채권 투자의 적기이기 때문인데,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금리가 내려가면서 채권 가격이 오르고 이는 채권 투자 상품의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미 세계 각국 채권 금리는 최저치를 경신하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브렉시트가 결정된 지난 24일 우리나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249%, 5년물은 1.304%로 사상 최처지를 기록했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도 23일 0.09%에서 24일 마이너스(-)0.05%로, 영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같은 기간 1.37%에서 1.09%로 낮아졌다. 채권 가격이 올랐다는 얘기다.
개인이 가장 쉽게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상품은 채권형 펀드이다. 채권형 펀드는 자산의 대부분을 국ㆍ공채나 회사채를 비롯해 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해 채권의 이자수익과 매매 차익을 추구한다. 주로 증시가 하락세에 있거나 금융시장이 불안정할 때 2~3%대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때문에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최근 들어 증가 추세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의 순자산은 이달 2일 101조1,751억원에서 23일 103조2,354억원으로 3주 만에 2조원이 넘게 증가했다. 이달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70조784억원(이달 23일 기준)으로 3주 만에 1조3,700억원이 빠졌다.

실제 채권형 펀드 수익률은 상당히 좋은 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 채권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53%, 해외 채권형 펀드의 경우엔 4.46%에 달한다. 같은 기간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국내 -0.92%ㆍ해외 -7.35%)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투자상품별로 보면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는 키움KOSEF10년국고채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이 8.6%로, 해외 채권형 펀드에서는 멀티에셋삼바브라질증권자투자신탁A가 14.2%로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최광묵 미래에셋증권 삼성역지점 수석웰스매니저는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다 보니 원금손실 위험이 적은 안정적인 상품에 대한 선호가 높이지고 있다”며 “채권 가격이 오르면서 채권 관련 상품 문의도 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형 펀드라고 무조건 안전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해당 펀드가 집중하는 채권의 신용등급, 만기까지 남은 기간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높은 수익률을 위해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을 편입하는 경우 기업 부도위험 등으로 원금손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BBB- 이상인 채권을 투자적격채권, BB+ 이하의 채권을 투기등급채권이라고 한다.

채권 만기까지 남은 기간도 고려해야 할 점이다. 만기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금리변동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만기까지 기간이 짧은 단기채권은 금리에 덜 민감한 편. 금리예측이 어렵거나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장기채권보다 단기채권 위주로 구성된 채권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다만 만기 기간이 짧을수록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또 채권은 거래단위가 주식보다 높기 때문에 운용규모가 큰 펀드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 그래야 다양한 채권에 분산투자를 할 수 있어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
채권형 펀드에 대한 향후 전망도 밝은 편이다. 브렉시트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해지고 있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금리동결 요인 중 하나로 밝혔던 브렉시트가 가결되면서 당초 계획대로 연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슬비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은 쉽지 않아 보이고, 오히려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금리가 인하되면 채권 가격이 올라 수익률도 높아지는 채권형 펀드 입장에서는 분명한 호재다.
문수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하반기에 한 번 더 내릴 가능성이 있어 채권형 펀드의 매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고,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도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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