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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환율전쟁 신호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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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환율전쟁 신호탄 되나

입력
2016.06.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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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환율개입”… 日 개입ㆍ추가금리 인하할 수도

英ㆍ中ㆍEU도 돈 풀기 나서… 미 인상 가능성 사실상 무산

해외 IB들 “한은 하반기 중 금리 1~2회 인하할 듯”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ㆍBrexit)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돈 풀기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다시 각국이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는 환율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브렉시트 이전만 해도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언제 이뤄질 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으나, 브렉시트 여파로 각국 중앙은행이 경쟁적 통화 완화 쪽으로 뱃머리를 급격하게 돌리는 양상이다.

27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이후 스위스와 일본 등이 통화전쟁 신호탄을 잇달아 쏘아 올리고 있다. 스위스 중앙은행(SNB)은 24일(현지시간) “스위스프랑을 약화시키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으며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인정했다. 브렉시트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금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스위스프랑을 사려는 수요가 몰려 통화가치가 급등하자, 인위적으로 유로 대비 환율을 끌어올린(스위스프랑 가치 하락) 것이다. 스위스 정부와 중앙은행은 지난해 스위스프랑 강세로 관광수지가 반토막이 나면서 환율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5일에는 일본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을 통해 참전을 시사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 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재무성 관계자는 “국익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벌일 수도 있다”며 “미국 동의가 없더라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6월 달러당 125.63엔까지 올랐던 환율은 27일 현재 101엔 선에서 유지되면서,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수출 확대를 위해 수 년간 엔화약세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브렉시트란 유탄 한 방 때문에 엔화 가치가 2013년 수준으로 단번에 치솟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달러당 100엔을 밑도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일본이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기 위한 본격적인 시장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일본은행(BoJ)이 마이너스(-0.1%)인 기준금리를 더 떨어뜨릴 거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도 이날 위안화 기준환율을 달러당 6.6375위안으로 고시해 위안화 가치를 전 거래일보다 0.91% 절하했다. 작년 10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큰 절하폭이다. 달러화 가치 상승을 반영한 조치이지만,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필요 시 2,500억파운드의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유동성 공급에 나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통화전쟁은 도미노 식으로 세계 각국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통화가치의 상대적 상승을 우려한 다른 나라들도 경쟁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쪽으로 행동에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 홀로 긴축’ 행보를 보여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도 방향을 급선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브렉시트로 달러화가 계속 강세로 갈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연준이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주면서까지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하기가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아예 금리를 내릴 가능성까지 제기한다. 선물시장 움직임으로 연준 금리를 예측하는 페드워치는 연내 금리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을 23일에는 42.7%로 봤으나, 브렉시트가 현실화된 24일엔 71.0%로 높여 잡았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Fed의 금리 인상 시기가 늦춰지면서, 한국은행도 하반기 추가로 기준금리(현재 1.25%)를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노무라는 “금년 중 기준금리가 0.75%까지 두 차례 인하될 소지가 있다”고 내다봤고, 씨티그룹은 “다른 중앙은행들이 공격적 통화완화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돼 하반기 한 차례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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