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흥원 서울아산병원 안과 교수

석 달 전, 치매로 요양원에 계신 80대 할머니와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들이 진료실을 찾았다. 할머니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두 눈 뿌옇게 변한 게, 심한 백내장이었다. 검사하고 백내장 수술을 시행했다. 지난 주, 이들이 진료실을 다시 찾았다. 아들은 내 손을 꼭 잡고 연신 “고맙습니다” 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할머니가 백내장 수술을 받고는 아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치매도 많이 호전된 것 같다고 했다. 의사는 눈을 치료했지만, 할머니는 희뿌연 세상에서 벗어나 새 세상을 얻었다.
누구나 나이 들면 노화가 온다. 눈도 마찬가지여서 백내장이 흔히 온다. 물체 상을 안구에 맺게 하는 수정체가 혼탁해지는 백내장은 가장 큰 원인이 노화이지만, 다른 원인으로도 올 수 있다. 스테로이드약으로 인한 합병증, 외상으로 인해 올 수도 있다. 백내장이 상당히 진행돼 수정체가 딱딱하게 굳으면 ‘과숙 백내장’되므로 더 주의해야 한다.
백내장 약이 여럿 나왔지만 근본 치료는 수술밖에 없다. 수술기술 발달로 1, 2차 의료기관에서도 쉽게 수술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수술 환자가 많아지면서 부작용도 늘고 있다. 수술이 100% 성공할 수 없고, 시력회복이 잘 안 되기도 한다.
수술 후 전처럼 멀리 또렷이 잘 보고 싶은 욕심에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지 않고 무조건 수술하는 건 옳지 않다. 수술 목적이 젊을 때 시력을 회복하는 것이 아닌 ‘눈에서 그 질환을 덜어내는 것’이다.
백내장으로 뿌옇게 보이던 눈을 교정하려면 백내장 성숙도, 난시 정도, 눈 사용 정도 등 고려사항이 많다. 이런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고 공장에서 물건 만들 듯 수술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여러 백내장 수술 단계를 거치는 동안 사소한 실수나 오차도 안구에는 치명적이다. 안내 출혈이나 망막 박리, 각막부종 등 부작용이 생기면 심하면 시력을 영원히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술은 반드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은 뒤 환자 개개인에 맞춘 수술을 해야 한다.
요즘 안과의는 더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을 위해 발달된 기기를 이용한다. 초음파유화술기는 이미 보급돼 흔하게 시행된다. 또, 고위수차교정, 난시교정, 근거리시력향상 인공수정체 등이 개발됐다. 최근 수술오차를 줄이고 난시교정 효과를 얻으려고 수정체의 백내장 핵 파괴를 빠르고 정확히 진행하는 펨토초레이저 백내장수술기도 도입됐다. 이런 기기 사용은 부작용을 줄이고 환자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
‘보는 것’은 보편적 욕구다. 보는 것에 익숙해지면 무의식 중에 계속 초점을 맞추려 한다. 어둠 속에서도 무언가를 보려고 인상을 찌푸리고, 보이던 것이 안보이면 극도로 예민해진다. 백내장으로 눈이 불편해지면 불안한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완전한 시력’을 갖고 싶은 마음에 백내장 수술을 서두르기보다는 눈은 한 번 잃으면 돌이키기 어려운 만큼 소중함으로 되새겨 정확한 진단 후 수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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