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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행복도시' 주변 난개발 몸살...뒷북 대응마저 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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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행복도시' 주변 난개발 몸살...뒷북 대응마저 허술

입력
2016.06.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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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장군면 한 마을 인근 야산이 전원주택단지로 개발되면서 흉물스럽게 깎여 황톳빛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세종시 장군면 한 마을 인근 야산이 전원주택단지로 개발되면서 흉물스럽게 깎여 황톳빛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조선 단종 때 충신인 절재(節齋) 김종서(1383~1453) 장군의 묘가 있는 세종시 장군면(옛 공주시 장기면) 대교1리는 수년 째 전원주택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밤실마을로 불리는 이 곳에는 김종서 장군의 묘 바로 아래 6개 전원주택 단지가 들어선다.

주민들은 2년 전 사업자가 사전 예고도 없이 발파 작업을 강행해 공포에 떨었다. 노인들은 갑작스런 폭음에 소스라쳤고, 축사 송아지가 유산되기도 했다. 발파 작업이 멈추자 이번에는 바위를 깨는 장비로 인한 진동과 소음에 시달렸다. 세종시와 개발업자에게 민원을 제기하면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답변만 되돌아왔다. 민원이 계속되자 건설 장비는 일단 철수했지만 언제 다시 동원될 지 몰라 불안하다.

장군면 청벽강 인근은 신도심 주변 가운데 대표적인 전원주택 밀집지역으로 손꼽힌다. 강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산자락은 온통 전원주택이 점령했다. 장군면 산학리도 마을 안쪽에 축사가 들어서고, 인근에 전원주택단지가 개발되는 등 환경이 계속 훼손되고 있다. 한 주민은 “멀쩡한 산을 파헤쳐 바둑판마냥 집을 잔뜩 올렸다”며 “경치 좋은 동네를 전원주택이 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세종청사와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장군면 원룸촌. 입구 도로 폭이 차량이 교행하기 힘들 정도로 비좁아 운전자와 인근 주민들의 아우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세종청사와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장군면 원룸촌. 입구 도로 폭이 차량이 교행하기 힘들 정도로 비좁아 운전자와 인근 주민들의 아우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 세종청사와 차로 불과 5분 거리인 장군면 봉안리는 우후죽순 들어선 원룸으로 어지럽다. 3m 안팎의 좁은 입구 탓에 차량이 교행하지 못해 원룸촌을 오가는 운전자간 시비가 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주차 공간도 부족해 입주민들도 아우성이다.

장군면을 비롯한 세종시 신도심 주변 6개 면(장군ㆍ금남ㆍ연기ㆍ연동ㆍ부강ㆍ연서) 지역에서 난개발이 횡행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개간 등을 이유로 허가를 받은 뒤 전원주택 등 용도로 전환해 편법 개발을 서슴지않고 있다.

대부분 경사가 급한 지형을 깎아 옹벽을 설치, 산사태와 토사 유출 위험에 노출돼 있다. 나무를 잘라내고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철골구조로 건물을 올려 경관도 해치고 있다.

다가구ㆍ다세대ㆍ연립주택 주민들은 도로와 주차공간이 부족해 진ㆍ출입 불편을 호소하고있다. 산림이나 전답 한 가운데 주택이 들어서 환경 오염도 야기하고 있다. 이도 모자라 레미콘 공장과 도축장, 고물상까지 자리를 꿰차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난개발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기업도시)을 추진하면서 시가화조정구역으로 묶어 놓은 주변지역 개발제한조치를 완전히 해제하는 바람에 봇물 터지듯 이뤄졌다. 2010년부터 지난 4월 사이 난개발로 추정되는 건축물만 3,400건이 넘는다. 2010년 세종시특별법 제정과 시 출범(2012년) 때까지 공백기에 당시 공주 관할이던 장군면(장기면)의 난개발이 가장 심했다. 세종시는 출범 4년 동안 난개발에 대해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법적 검토 등 절차를 밟다 보니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6개 면 지역을 대상으로 성장관리방안을 담은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관리 방안 시행 전 지어진 전원주택과 다가구주택 등에 대해선 시가 뾰족하게 손 쓸 방법이 없어 뒷북 대응일 수밖에 없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 16일 ‘세종시 난개발 방지와 자연보전을 위한 시민연대(난방연대)’를 발족시켰다. 난방연대 강수돌(고려대 교수) 대표는 “성장관리방안을 추진하면서 시민 참여를 보장했지만 들러리를 세우는 모양새다. 시민이 의사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쪼개기식 편법 개발을 철저히 예방하고, 관련법의 입법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담당 공무원이 보다 엄격하고 철저한 행정을 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종환경연합(준) 박창재 사무처장은 “이 방안이 난개발 방지에 일부 보탬을 줄 수 있겠지만 경관 개선과 생태계 보존 가치로 볼 때 한계가 많다”며 “현재보다 더욱 강화된 기준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 관계자는 “여론을 추가 수렴해 성장관리방안을 다듬어 난개발을 최대한 막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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