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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리듬을 살리자] (중) 폐경되면 여성 심장 건강 ‘빨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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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리듬을 살리자] (중) 폐경되면 여성 심장 건강 ‘빨간 불’

입력
2016.06.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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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여성환자에게 심장초음파검사를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가 여성환자에게 심장초음파검사를 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제공

사람 심장은 분 당 60∼100회 뛴다. 부정맥(arrhythmia)은 심장리듬이 깨져 생기는 병이다. 심장박동이 너무 빠르거나(빈맥), 늦거나(서맥), 불규칙해진다(심방세동). 돌연사(90%)와 뇌졸중(20~30%)을 일으킨다. 빈맥은 가슴이 막 뛰다가 괜찮아지거나, 앞이 깜깜해지면서 식은 땀이 나거나, 숨 쉬기 힘든 증상이 반복된다. 서맥은 노화로 인해 주로 생기는데, 어지럽고 힘이 없어 빈혈로 착각하기도 한다. 심장리듬이 고르지 않으면 부정맥이 생긴다. 인구의 2% 정도(100만 명)에서 발병하지만 치료는 20% 정도밖에 하지 않는 부정맥에 대해 알아본다. <편집자 주>

50대 후반 여성이 삼성서울병원 여성심장클리닉을 찾았다. 온 몸이 피로하고, 기운이 없고, 가슴 한복판이 소화가 되지 않는 것처럼 답답하고, 때로 무거운 돌덩이를 가슴을 올려 놓은 것 같은 불편함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동네 병원에서는 폐경기, 갱년기 증상이니깐 푹 쉬면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클리닉을 찾게 된 것이다. 이 여성은 심장혈관 조영술 검사를 받은 결과, 심장혈관이 좁아진 부분이 발견돼 관상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받고 증상이 호전됐다. 여성 심장 질환 전문의인 박성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에게 폐경기 여성 심장 건강에 대해 들어보았다.

Q. 폐경 후 여성 심혈관 질환이 늘어나는데…

“보통 심혈관 질환은 중년 남성의 전유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여성들도 폐경기가 되면 심혈관 질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2014년 우리나라 성별 사망 원인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심장질환이 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중년 여성에서 심혈관 질환이 많아지는 것은 폐경이라는 큰 사건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3개의 성(性)이 있다. 남성, 폐경 전 여성, 폐경 후 여성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말은 폐경 이후 여성의 신체와 정신은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특히 심장 측면에서는 모든 것이 심장 건강에 나쁘게 바뀐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혈관을 보호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개선해 동맥경화의 진행을 막는다. 하지만 ‘혈관 건강의 방패막이’인 에스트로겐이 폐경 이후 급격히 줄어든다. 이로 인해 폐경 후 여성의 심장 질환이 급증하게 된다.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가 여성이 폐경 전에는 남성보다 적지만, 폐경된 뒤에는 여성이 남성보다 많다. 여성의 고혈압 유병률은 폐경 전 10.7%에서 폐경 후 30.6%로, 당뇨병 유병률은 폐경 전 4.4%에서 폐경 후 22.1%로,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폐경 전 8%에서 폐경 후 26.8%로 급증한다. 이는 혈관보호효과,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조절하는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이 폐경 후 급격히 줄어들면서 심장과 혈관에 나쁜 LDL 콜레스테롤이 10~20% 정도 증가하고, 심장과 혈관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은 10% 정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Q. 폐경 이후 나잇살도 심혈관 발병을 일으키나.

“여성 호르몬은 비만과 인체 내 지방의 분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여성 호르몬은 폐경이 되면 크게 줄어든다. 여성호르몬 에스트라다이올의 경우 폐경 전 40~400pg/㎖에서 폐경 후 10~20pg/㎖ 감소한다. 이처럼 여성 호르몬이 폐경으로 인해 줄어들면 비만과 체내 지방의 분포가 엉덩이, 배, 허벅지 등에 많이 축적하게 된다. 그 결과 여성형 비만, 당뇨병, 대사증후군 등이 생기고 결국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Q. 여성 심혈관 질환이 갱년기 증상과 다른 점은.

“갱년기 증상, 폐경기 증후군의 증상과 심혈관 질환 증상을 구별하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그만큼 비슷하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가슴이 벌렁거리고 화끈거리는 증상이 있어서 갱년기 증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검사해보니 심장혈관에 심각한 병이 있는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 심근경색과 협심증 등으로 치료받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여성 환자가 더 늘어나고 있고 사망률도 여성이 더 높았다. 남성 심근경색 환자의 경우 가슴통증과 호흡곤란 등 전형적인 증상을 보였지만 여성은 피로, 메스꺼움, 숨참, 우울, 불안감 등 심장과 관련 없는 증상이 많다. 때문에 초기에는 심장질환이라고 의심하지 않아서 여성은 심장근육이 많이 손상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여성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Q. 갱년기와 심혈관 질환 증상이 비슷한데.

“갱년기와 심혈관 질환 증상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므로 중년 여성의 경우 가슴 아픔, 답답함 등의 증상이 생겨 불편하면 전문의 진료를 받기를 권한다.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심혈관 질환 위험인자 평가를 통해 위험도를 알아내고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Q. 중년 여성이 심혈관 질환을 막으려면.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수칙은 중년 여성이라고 해서 남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루 30분 이상 매일 운동하고, 이상적인 몸무게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엄마로서, 주부로서 자식 건강과 남편 건강을 먼저 챙기느라 정작 자신의 건강 관리는 매우 소홀하다. 남편과 가족들은 아내, 엄마는 무쇠인간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집안에서 부인이, 엄마가 불편함을 호소할 때 ‘쉬면 괜찮아’, ‘엄마들은 다 그런 거야’하면서 무관심하게 대하거나 증상 자체를 무시하지 말고 관심을 가져 주어야 한다.”

Q. ‘여성 심장 클리닉’이 아직 낯선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여성 심장 건강에 대한 인식이 그리 높지 않다.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메이요 클리닉과 클리브랜드 클리닉 등에서 여성 심장 클리닉을 열어 여성 심장 건강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치료하고 있다. 여성 심장 질환은 원인과 진단, 치료 측면에서 남성과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에서도 이런 환자를 위해 2010년 여성 심장 클리닉을 개설했다. 가슴이 방망이질한다, 숨이 안 쉬어진다, 가슴이 뻐근하게 아프다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폐경기 여성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다. 또한 임산부 심장클리닉도 같이 운영해 심장질환이 있는 임신부, 임신 중 고혈압 등에 대해 산부인과와 협진해 진료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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