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여파로 내달 10일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선거 전망도 요동치고 있다. 자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농촌지역 표밭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에 따른 이상기류가 확인되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개헌발의선(3분의 2의석) 확보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아사히(朝日)신문과 교도(共同)통신 등 현지 언론은 브렉시트 변수가 터져나오기 직전까지만해도 연립여당이 과반을 넘어, 개헌에 찬성하는 4개 정당이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24일 브렉시트 사태 이후 엔고와 도쿄증시의 주가하락 흐름이 강해지면서 선거막판까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자민ㆍ공명 연립여당의 낙승 전망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선거 유세전과 토론회에서 논쟁이 급격히 가열되고 있다. 당초 ‘개헌이슈를 숨기며 선거를 치른다’고 공격하는 민진당과 공산당에 대해 자민당은 아베노믹스 성과로 정면돌파에 나섰다. 하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하자 아베 총리는 다급하게 “위기극복 정치안정론”을 역설했고 야권은 “잔치는 끝났다”며 아베노믹스 폐기를 들고 나왔다.
여기에 선거결과 평가를 놓고 다소 몸을 사리던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진당 대표가 거취를 내걸며 배수진을 쳤다. 그는 자신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미에(三重)현에서 참의원후보가 떨어지면 9월 차기 당대표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아베 총리 측을 향해 선거 결과에 따라 퇴진 기준을 정하라는 압박이나 다름없다.
언론들은 브렉시트 이후 판세변화를 속속 전하고 있다. 주간문춘(週刊文春)은 27일 “자민당의 유력 지지기반인 농업단체들의 표심에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며 “도호쿠(東北) 6현의 후쿠시마를 제외한 지역 농업단체들이 TPP를 추진한 정부에 반발해 자주적 투표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자민당 후보를 공개적으로 추천하는 관행을 포기한 것이다.
도쿄신문도 아오모리(靑森)ㆍ이와테(岩手)ㆍ미야기(宮城)현 등의 10개 지자체에서 JA(일본 전국농업협동조합중앙회)그룹 농정운동조직연맹이 회원 각자 뜻에 따라 투표하도록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농민들은 TPP에 따른 농산물 관세 철폐에 불안감이 크다. 특히 쌀, 보리, 설탕, 소고기, 돼지고기, 유제품 등 아베 정권이 관세철폐의 성역으로 꼽아온 5개 품목도 TPP 협상에서 세부품목의 30% 정도 관세를 철폐하게 돼 불만이 컸다.
농민들의 표심에 비상이 걸린 아베 총리는 24∼25일, 선거운동 개시 이후 두번째로 도호쿠 지역을 방문해 싸늘해진 농심을 돌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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