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리오넬 메시/사진=코파 아메리카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리오넬 메시(29ㆍFC바르셀로나)의 대관식은 없었다. 경기당 3.6골을 뽑아내던 막강 화력도 칠레의 강력한 압박 축구 앞에 무용지물이었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무관의 제왕이란 꼬리표를 떼겠다던 메시마저 결정적인 순간 승부차기를 실축하며 자멸했다.
칠레는 2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퍼드의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남미축구선수권대회(2016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또 한 번 아르헨티나를 침몰시키고 2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칠레는 전후반 90분과 연장까지 총 120분을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아르헨티나를 4-2로 꺾었다. 지난해 결승전에서도 아르헨티나를 승부차기(4-1)로 따돌렸던 칠레로서는 똑 같은 방식으로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1983년부터 생긴 대회 2연패의 법칙(2연패 국가 배출→다른 국가 우승→2연패 배출)은 이번에도 변함이 없었다. 1년 전 자국에서 열린 대회의 이점을 안고 사상 첫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일궈냈던 칠레는 2007년 브라질 이후 9년 만에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반면 23년만의 우승에 재도전한 아르헨티나는 2004년 이후 5번의 대회에서 준우승만 4번에 머물렀다. 공교롭게 브라질과 칠레에게만 4번을 모두 졌다.
경기 뒤 국가대표 전격 은퇴를 선언한 메시는 영원한 무관의 제왕으로 남게 됐다. 그는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딴 금메달을 제외하고 이렇다 할 타이틀이 없다. 코파에서는 2007년부터 준우승을 3번 경험했고 자국에서 열린 2011년에는 8강 탈락했다. 월드컵에서도 2006년과 2010년 8강 탈락 및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준우승이 전부였다.
충격을 받은 메시는 "국가대표 팀은 이제 끝났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지만 챔피언이 되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8만2,500명의 관중이 꽉 들어찬 가운데 진행된 결승전은 사실상 졸전이었다. 거친 플레이가 난무하며 결승전 통산 3번째로 양팀 1명씩이 퇴장을 당했고 득점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초호화 멤버를 자랑하는 아르헨티나는 메시를 앞세워 공세를 펼쳤지만 강력한 체력을 바탕으로 최전방부터 거칠게 압박해 들어오는 칠레 특유의 파워 축구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양팀 골키퍼의 선방 쇼까지 더해져 전후반 및 대회 사상 4번째 결승 연장전까지도 득점하지 못한 채 승부차기로 돌입했다.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로 나선 메시의 실축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먼저 찬 칠레가 지난 대회 결승전 최우수선수(MVP)였던 아르투로 비달(29ㆍ바이에른뮌헨)의 실축으로 대위기를 맞는 듯 했으나 이어진 메시가 동반 실축하면서 기사회생했다. 아르헨티나는 4번째 키커인 루카스 비글리아(30ㆍSS라치오)마저 실축한 반면 칠레는 이후 4명의 키커가 모두 침착하게 골망을 가르면서 기나긴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결승전답지 않게 다소 지루한 경기라고 생각했는데 승부차기에서 반전이 일어났다"며 "승부차기 키커는 공을 세워놓고 만약이라는 생각 안 할 수 없다. 똑같은 대회에서 똑같은 방법과 패턴으로 칠레가 우승했다. 가장 완벽한 경기력으로 결승에 오른 아르헨티나와 메시는 또 실패했다"고 평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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