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여파로 유럽 민족주의 세력의 득세가 점쳐지면서 분쟁 가속화가 우려되고 있다. 기존에 분리 운동을 진행해 온 스페인 카탈루냐, 영국 스코틀랜드 등지에서 독립 투표가 추진되면서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26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스코틀랜드 독립 주민투표를 재실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스코틀랜드가 2014년에 남기로 했던 영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4년 9월 주민투표 결과 한차례 독립이 무산된 스코틀랜드에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47%가 ‘당장 국민투표가 시행될 경우 독립을 지지하겠다’고 응답해 반대(41.2%)를 미세한 차로 앞섰다.
경제적 박탈감, 문화적 요인으로 분리독립을 추진해 온 스페인 카탈루냐에서도 지도부를 중심으로 독립 투표 시행에 대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카탈루냐 주지사는 브렉시트 결과 발표 후 “영국이 EU회원국들의 승인 여부와 상관 없이 EU를 떠나는 것은 카탈루냐 또한 마드리드(중앙정부)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독립을 선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1월 주지사로 선출된 강경 분리독립파인 푸지데몬은 이날 “카탈루냐의 국민투표에 대해서 논의할 시점이 왔다”고 중앙정부에 피력했다.
민족주의 진영의 분열 움직임이 포착되자 유럽 언론들은 자성과 경계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특히 카탈루냐 독립 운동과 더불어 전반적인 반EU 분위기가 확산 중인 스페인에서는 포퓰리즘을 경계하는 문제 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스페인 인터넷 언론 엘 문도는 ‘민주주의에 의한 독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브렉시트 결정 후 가장 걱정되는 것이 영국의 결정에 고무된 어리석은 이들이 ‘우리도 할 수 있다’라고 나서는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분리독립 문제를 지적하며 경각심을 높였다. 교황은 26일 아르메니아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복귀하는 도중 이뤄진 기내 기자회견에서 “스코틀랜드와 스페인 카탈루냐 등에서 분열을 향해 한걸음 나아가기 전에 현실성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황은 브렉시트의 여파로 유럽 대륙의 “발칸화”가 진행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EU 회원국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주는 방안을 통해 유럽의 힘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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