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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노동당 브렉시트 책임론... 예비내각 11명 줄사퇴

입력
2016.06.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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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26일 영국 런던 자택에서 나오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26일 영국 런던 자택에서 나오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노동당이 브렉시트의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예비내각 의원 11명이 26일 잇따라 자진 사임하는 한편 제러미 코빈 대표의 지도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당원이 늘면서 내홍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26일 가디언에 따르면 노동당 내분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코빈 대표가 힐러리 벤 예비내각 외무장관을 해임하면서부터다. 이날 벤 의원은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코빈이 대표로 있는 한 총선에서 이길 것이란 확신이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고, 코빈 대표는 이 발언이 나온 지 불과 수시간 만에 벤 의원을 해임하기로 결정했다.

벤 의원의 해임은 곧장 예비내각 동료 의원들의 무더기 자진 사퇴로 이어졌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사퇴 대열에 합류한 이들은 예비내각 보건장관인 하이디 알렉산더 의원을 비롯해 크리스 브라이언트 하원 원내대표, 루시 파월 교육장관, 시마 말호트라 재무장관 등 11명에 달한다.

일부는 사퇴와 동시에 코빈 대표의 지도력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알렉산더 의원은 코빈 대표에 보내는 사퇴 서한에서 “코빈 대표에게 영국이 요구하는 답을 제시할 능력이 있는 지 믿을 수 없다”며 “다음 선거에서 승리해 정부를 꾸리려면 지도부 교체는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크리스 브라이언트 하원 원내대표도 “코빈 대표가 사퇴하지 않아 노동당을 무너뜨린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까 두렵다”고 전했다.

노동당 내분은 당 지지자 3명 중 1명이 EU 탈퇴를 선택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특히 노동당 텃밭 지역에서도 EU 탈퇴 의견이 우위로 나오자 반(反) 코빈 진영 세력이 지도체제 흔들기에 본격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 투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부터 당 내부에서는 코빈 대표가 EU잔류 운동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쳤어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거릿 호지 등 노동당 의원 2명은 전날 코빈 대표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기하기도 했다.

잇단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코빈 대표는 대표직을 이어갈 의지를 분명히 밝히며 정면 돌파하고 있다. 그는 “동료들의 자진 사퇴에 대해서는 매우 유감이지만 수만명의 노동 당원, 지지자들의 믿음을 배신할 수는 없다”며 “24시간 내로 새 예비내각을 꾸릴 것이며 만약 노동당 새 지도부 선출 투표가 이뤄진다면 입후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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