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홍 취임식/사진=FC서울
[서울월드컵경기장=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K리그 명문 FC서울의 제11대 사령탑으로 공식 선임된 황선홍(48) 감독이 "섬세하고 빠른 축구로 팬들이 좋아하고 승리를 따낼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황 감독은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최용수(43ㆍ장쑤 쑤닝) 감독이 잘 만들어온 팀을 시즌 중간에 맡는 데 대한 부담감이 있지만 선수들을 믿고 당당하게 해나갈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황 감독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코치 때부터 큰 꿈(국가대표 감독)을 가지고 전진해왔다"며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짧은 시간이지만 고민을 많이 했다. 큰 결정을 하게 된 동기도 결국엔 제 꿈 안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은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8강에 올라 사상 첫 우승을 노리는 강호다. FA컵 역시 8강 진출을 이뤄 내심 꿈의 트레블(시즌 3관왕)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황 감독은 이중 ACL의 중요도에 주목했다. 그는 "ACL이 굉장히 크게 와 닿는다"면서 "기존 것을 잘 유지하는 가운데 제가 가지고 있는 철학인 섬세하면서도 빠른 축구를 하겠다. 지금보다 더 역동적인 축구를 구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유럽에 가서 직접 보고 왔지만 모든 것이 그쪽이 맞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 구성에 따라 적절히 맞춰가는 것이 맞다. 그쪽이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도 자기의 축구 철학을 완전히 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템포가 빨라야 한다는 확신은 든다. 힘들겠지만 서울에서도 그런 부분들을 많이 강조하고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템포가 빠른 축구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이 이뤄놓은 축구에 대해 "수비적으로 뛰어난 팀이었고 지금은 3-5-2 시스템의 완성도를 상당히 높여 놓았다"고 정의한 황 감독은 최 감독 하에서 몇 년간 최적화된 스리백을 본인 시스템인 포백으로 바꾸는 과제를 떠안았다. 그는 "물론 시스템적 차이는 있겠지만 서로가 완전히 상반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으며 "서울이 세밀하고 디테일한 축구를 하기 때문에 작년까지 내가 맡았던 포항과 많이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선수와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으면 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K리그 최강 공격 트리오로 평가되는 아데박(아드리아노 데얀 박주영)의 활용방안 역시 관전 포인트다. 황 감독은 "예전부터 데얀을 좋아했고 아드리아노는 작년 포항에 있을 때 영입을 검토했을 만큼 매력적이다. 박주영도 조금 침체기에 있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이 선수들을 잘 활용하는 것이 저에게는 큰 숙제다. 기쁜 마음으로 호흡하고 싶다. 소통을 통해 선수들이 편안하고 경쾌한 축구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충분히 그만한 역량들이 있어 내가 조금만 옆에서 도와주면 잘 할 것이다. 팬들이 좋아하고 승리를 따낼 수 있는 경기를 하겠다"고 했다.
궁극적으로는 FC서울을 독일의 바이에른 뮌헨 같은 어린 꿈나무들과 선수들 모두가 가고 싶은 명문구단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황 감독은 "유럽 가서 보면서 생각해본 게 바이에른 뮌헨같은 독보적인 팀이 왜 한국엔 없을까하는 것이었다"면서 "모든 선수들이 와서 뛰고 싶은 팀, 뮌헨 같은 팀을 만드는 게 프로에서는 꿈이다. 서울은 그런 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내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끝으로 황 감독은 선수단과 코칭스탭에 당장 큰 변화를 줄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큰 변화는 어려울 수 있다. 선수 파악이 먼저고 갑작스러운 변화보단 점진적 변화가 바람직하다"며 "코칭스탭은 우선 강철 수석코치와 나만 새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의 코칭스탭이 필요하다. 선수 파악 차원에서 기존의 코치들은 시즌 끝까지 갈 생각"이라고 못 박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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