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승환. /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끝판왕' 오승환(34ㆍ세인트루이스)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 투수 신고식을 다음으로 미뤘다.
오승환은 27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세이프코 필드에서 열린 시애틀과 원정 경기에 팀이 9-6으로 앞선 8회말 몸을 풀며 등판을 준비했지만 9회초에 5점차로 벌어지자 휴식을 취했다. 세인트루이스는 9회말에 맷 보우먼을 올려 11-6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날 비록 한국인 첫 한미일 세이브 수확은 불발됐지만 오승환은 당당히 팀의 새 마무리 투수로 인정 받았다. 종전처럼 중간 투수로 뛰었다면 5점차라도 몸을 푼 만큼 마운드에 올랐을 테지만 세이브 요건(3점차 이내)이 성립되지 않자 경기를 지켜보기만 했다.
마이크 매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앞서 기존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26)의 부진이 길어지자 다른 보직을 맡기기로 했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소방수 로젠탈은 올해 29경기에서 2승3패 평균자책점 5.63으로 주춤했다. 또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2.04, 9이닝당 볼넷은 7.9개에 달했다. 특히 지난 25일 시애틀전에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아담 린드에게 끝내기 3점포를 맞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매서니 감독은 세이브 상황에서 오승환이나 케빈 시그리스트, 조너선 브록스턴을 마운드에 올리는 집단 마무리 체제를 고려하겠다고 했을 뿐 특정 선수를 소방수로 지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한국과 일본에서 뒷문을 책임졌던 오승환의 마무리 투수 기용 가능성을 점쳤다. 오승환은 한국(삼성)에서 9년간 277세이브, 일본(한신)에서 80세이브를 거뒀다. 그리고 올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성공적인 연착륙을 했다.
그는 37경기에 나가 2승 14홀드 평균자책점 1.66을 기록 중이다. 38이닝 동안 삼진은 51개를 잡았고, WHIP는 0.79에 불과하다. 모든 기록이 팀 내 불펜 투수 중 가장 돋보인다. 메이저리그 루키 신분이지만 적응 과정도 필요 없이 꾸준했다. 4월 평균자책점 1.38, 5월 평균자책점 2.45 그리고 이달 평균자책점 0.87로 더욱 낮아졌다.
오승환의 장점은 여전히 '돌직구'다. 직구 평균 시속은 149㎞로 메이저리그 평균(150㎞)과 큰 차이는 없지만 묵직한 구위로 상쇄한다. 메이저리그 기록 사이트 브룩스 베이스볼에 따르면 오승환은 직구로 가장 많은 27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또 슬라이더도 예리함을 더했다. 슬라이더 피안타율은 0.085(47타수 4안타)에 불과하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은 "세 명 후보 모두 세이브 경험이 있지만 오승환이 마무리 투수로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더 스포츠 쿼선트는 '오승환은 어떻게 내셔널리그 최고의 구원 투수가 됐나' 제하 기사에서 "아시아 최고의 구원 투수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첫해에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고 집중 조명했다. 이 매체는 "경험이 풍부한 투수"라며 "다양한 스피드와 로케이션으로 타자를 어떻게 공략할지 계산이 있는 투수"라고 칭찬했다.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투수 중 한 명이지만 표정으로는 이를 알 수 없다"면서 "그가 삼진을 잡고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의 표정은 실점했을 때의 표정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돌부처'라는 별명이 오승환에게 잘 어울린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오승환은 시애틀과 3연전 동안 이대호(34ㆍ시애틀)와 투타 맞대결을 펼치지 못했다. 25일 한 차례 나갔지만 8회 마운드에 올랐을 때 이대호의 타순은 돌아오지 않았다. 3경기 내내 선발 출전한 이대호는 25일 3타수 무안타, 26일 3타수 1안타, 27일 5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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