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EU 회원국들의 ‘도미노 탈퇴’가 우려되는 가운데 EU 지도자들이 27일(현지 시각)부터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결정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한다. 이번 논의에는 EU 지도자 및 회원국 대표뿐만 아니라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도 참여해 브렉시트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본격 협상에 나선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7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을 베를린으로 초청, 의견을 나눈다.
독일ㆍ프랑스 양국 정상은 독ㆍ프ㆍ영 3국이 이끌어온 EU의 삼각 축이 무너지면서 두 나라가 앞장서서 EU 개혁을 이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할 것으로 전해졌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전날 열린 제2차 세계대전 기념행사에서 “영국의 EU 탈퇴로 유럽에서 프랑스와 독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면서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은 의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EU 고위 관계자들도 유럽의 수도 브뤼셀에서 만나 향후 브렉시트 절차와 협상 대책에 대한 협의에 들어간다.
케리 미 국무장관도 이날 브뤼셀과 런던을 방문해 EU 및 영국 정부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난다. 케리 장관은 당초 교착상태에 빠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상 논의를 위해 로마만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브렉시트 결정 이후 전 세계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EU 탈퇴 목소리가 쏟아지자 급박하게 일정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장관은 브뤼셀에서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무안보 대표와 회동해 EU 통합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런던에서는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과 회동해 브렉시트 이후에도 양국 간 긴밀한 협력 관계에 변함이 없을 것임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브뤼셀에서는 오는 28일부터 이틀간 EU 정상회의가 열려 영국의 탈퇴 결정 이후 EU의 안정화 대책과 브렉시트 결정을 구체화하기 위한 향후 협상 문제를 논의한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정상회의 첫날 만찬 회동에서 다른 EU 회원국 정상들에게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이후 국내 상황과 향후 대책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캐머런 총리는 EU 지도자들로부터 ‘브렉시트 협상을 조속히 착수하라’는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캐머런 총리는 브렉시트 통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오는 10월 사임할 것임을 밝히면서 “새 총리가 리스본조약 50조 발동 시기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탈퇴 협상은 후임 총리에게 맡길 것을 내비쳤다. 리스본조약 50조는 EU를 떠나려는 회원국이 EU 이사회에 탈퇴 의사를 통보하고 이 시점으로부터 2년간 회원국과 EU가 맺어온 무역 등 그간의 관계 전반에 관해 새로운 협정을 맺는 협상을 벌이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협상이 타결되지 않아도 2년이면 자동 탈퇴 처리된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탈퇴 국민투표 이후 리스본조약 50조를 이행해야 하는 시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또 정상회의 이튿날인 29일엔 EU 지도자들과 회원국 정상들이 캐머런 총리를 제외한 채 비공식 회동을 갖고 EU의 앞날을 놓고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앞서 지난 주말에 앞으로 예정된 영국과의 협상에 대해 “우호적인 이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