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월요일자 ‘오토라이프’에 자동차 속 숨은 이야기를 전하는 ‘자동차 톡톡톡’을 격주로 연재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자동차에 연료를 주입하는 구멍을 주유구라고 합니다. 모든 내연기관 차들은 오른쪽이나 왼쪽 뒷문 옆에 주유구가 있습니다. 주유구 위치가 한쪽으로 통일되지 않은 것은 “주유소 대기 줄이 길어지기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설도 있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주유구 위치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원칙적으로 주유구는 배기구(머플러) 열에 의한 화재 위험을 피하기 위해 머플러와 반대쪽에 설계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양쪽에 모두 머플러가 달린 듀얼 머플러 차량이 많아져 이런 원칙이 사실상 의미 없어졌습니다.
기름이 다 떨어진 상황에 대비해 갓길이 있는 방향, 즉 국내에서는 오른쪽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래야 도로에서 비상 주유를 할 때 안전하다는 논리죠.
이와 달리 운전석에서 가까운 왼쪽에 있어야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주유하기 편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직접 주유하지 않더라도 주유소 직원과 의사 소통하거나 주유기 작동상태, 주유량 등을 확인하기에도 편리하다는 겁니다.
운전대 위치에 따라 주유구 위치가 결정된다고도 합니다.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는 일본차는 주유구가 왼쪽에, 반대로 운전대가 왼쪽인 미국차들은 대부분 오른쪽에 주유구가 있습니다. 초창기 일본 미쓰비시의 기술을 이전 받은 현대자동차나 마쯔다와 기술제휴를 한 기아자동차가 현재 판매 중인 차들도 주유구가 모두 왼쪽입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닛산의 기술을 차용한 1세대 ‘SM5’는 왼쪽에 주유구가 있지만, 프랑스 르노의 ‘메간’과 기본차체(플랫폼)를 공유하는 ‘SM3’, 르노 ‘캡처’가 기반인 ‘QM3’는 주유구가 오른쪽에 있습니다. 한국지엠(GM)의 차들도 모두 오른쪽에 있으니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긴 한데 여기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일본의 기술력이 많이 들어간 현대차 ‘스텔라’는 오른쪽 주유구였고, 기아차의 초기 ‘쏘렌토’ 역시 오른쪽이었습니다. 닛산이 현재 판매 중인 일부 차도 주유구가 오른쪽에 있어 원칙에서 벗어납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업체별로 주유구 위치가 다르고, 장단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해 명확하게 나누기가 어렵다”면서 “그런데도 전 세계적으로 보면 오른쪽과 왼쪽 주유구 비율이 반반 정도로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유구 위치가 제각각이라 새 차나 렌터카를 끌고 간 주유소에서 머쓱했던 경험이 한번쯤은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운전석 계기판을 잘 보면 당황할 일은 없습니다. 주유기 모양의 아이콘 옆에 주유구 위치를 가리키는 표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수입차를 제외하면 거의 다 그렇습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자료 협조:현대ㆍ기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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