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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의 길 위의 이야기] 6월의 결혼식

입력
2016.06.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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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꼬마선충’을 연구하는 젊은 과학자의 결혼식에 갔다. 선형동물의 일종인 예쁜 꼬마선충은 흙에서 서식하는 1㎜ 정도의 투명한 생명체인데, 이 선충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징을 통해 다세포 생물의 발생, 세포생물학, 신경생물학, 노화 등의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신랑은 이 분야에서 두각을 낸 사람인데, 약현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작은 성당은 듣던 대로 아름다웠고, 결혼식도 장소에 버금갈 정도로 아름다웠다. 오래 걸리는 천주교 결혼식이 지루하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건만 형식과 내용이 잘 조화된 그의 결혼식은 지루할 틈이 없었다. 결혼 미사의 시작과 함께 먼저 신부의 하객 중 한 사람이 소개되었는데, 그는 지리산에서 수도중인 비구였다. 신랑 장인의 친구인 그가 새로 탄생하는 부부를 위해 영원한 사랑을 갈구하는 축시를 낭송한 뒤 본격적으로 미사가 시작되었다.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는 결혼식을 앞둔 신랑신부에게 서로의 다짐을 적어보라고 했다는데, 신랑의 다짐에는 ‘신부의 십자가를 대신 지겠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그 점을 언급하며 유머 있는 가톨릭 신부는 신랑에게 “당신이 장차 신부의 십자가가 될 겁니다. 가벼운 십자가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 하객들을 박장대소하게 만들었다. 신혼여행에서 막 돌아온 그 젊은 부부가 십자가와도 같은 일상을 상큼하게 시작했노라 보낸 기분 좋은 문자를 막 받았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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