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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Hendiadys and Speech (중언법의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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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Hendiadys and Speech (중언법의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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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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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대화체에서 자주 듣는 말 중에는 ‘Nice and easy!’, ‘I’m sick and tired’, (I can hear you) loud and clear’ 등이 있다. 유사한 말이나 중첩되는 말을 연속 사용함으로써 강조하는 기법인데 말의 흐름에 율동을 주어 사용하기에 편리한 장점도 있다. 그 연장선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Try and do it’과 ‘Try to do it’의 혼동이다. 둘 중 어느 것이 옳으냐는 문제는 단순하게 동사의 반복이나 to 부정사의 사용법에서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이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사용하던 표현 기법으로 ‘hendiadys’(one through two)라는 강조법이었고, 두 표현으로 한 가지 의미를 나타내던 것이었다. 라틴어에서는 시(poem)와 문학에서 이 방법이 애용되었다. 구약성서에서는 선지자나 시적 표현에 매우 흔하게 쓰였고, 성서의 희랍어 버전에서는 빼 놓을 수 없는 표현법이었으며, 지난 100년 사이 관련 논문도 상당하다. 구약성서의 이사야서 4장5절에 나온 ‘cloud and smoke’는 ‘구름과 연기’ 두 가지가 아니라 연기가 모여 구름처럼 되는 ‘cloud of smoke’를 의미한다. 신약성서 마가복음 11장 24절에 나온 ‘whatever you pray and ask’를 보면 ‘pray and ask’가 별개의 두 가지가 아니라 ‘ask in prayer’로 정리되는 강조법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표현법을 놓고 일견 비논리적이거나 왜곡된 번역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a towering city’가 ‘a city and a tower’와 다른 개념이라는 점이다. 고전 기록을 보면 ‘Lord and master’ 같은 어구가 당시에는 중언법으로 쓰이다가 나중에 ‘lord’하나로 줄었다. 고대 어구인 ‘arise and go’나 현대 영어의 ‘get going’ 모두 강조법이다. Shakespeare는 그의 작품을 통틀어 300여회 이상 이런 강조법을 사용하여 비평가들이 ‘the Shakespearean hendiadys’(세익시피어식 중언법)라고 불렀는데, ‘Hamlet’에서만 66회나 활용했다고 한다. 그의 극본 ‘As You like it’에서 사용한 ‘bag and baggage’ 어구 역시 중언법의 효과를 위해 사용한 것인데 지금도 이 어구는 국제 공항의 안내판에 그대로 쓰이는 곳이 많다.

따라서 ‘Come and go’(왕래하다)처럼 ‘A+B’ 구조가 두 가지를 의미하는 경우도 있지만 ‘A+B’가 하나의 의미가 되는 중첩어의 반복이나 중언법의 시도라면 이는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Try and run’과 ‘Try to run’은 상호 다른 문장이고, 전자는 의미 형성이 되지 못하는 반면 후자는 ‘달려 보라’는 뜻의 올바른 문장이 된다. ‘He came despite the rain and weather’라는 문장에서도 ‘despite the rainy weather’로 고쳐야 정확한 문장이 된다. 이를 확대 적용한다면 ‘Come up and see me sometime’은 문법 구조상 오류가 없어 보이지만 ‘come up’과 ‘see me’가 결국 ‘한 번 찾아 오라’는 의미일 것이고, 이는 ‘Come up to see me’로 표기해야 타당하다. 물론 이런 혼동을 피하려면 전혀 다른 표현으로 ‘Visit me sometime’처럼 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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