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비리의 종합선물세트’로 불리는 상지대 사태의 장본인 김문기(84)씨의 총장 복귀 발판이 됐던 2010년 교육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의 상지학원 이사 선임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적 재산권 보호’라는 명분으로 분규 사학의 운영권을 옛 비리 재단에 돌려준 조처를 법원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지대 사태가 해결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김씨 복귀를 무효화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상지대는 1993년 비리 혐의로 구속된 김 전 총장 퇴진 후 17년 간 교육부의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하지만 사분위가 2010년 옛 비리 재단에 정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줬고, 김씨는 이를 토대로 이사회를 장악한 뒤 2014년 총장으로 복귀했다.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등이 이 조치의 부당성을 들어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고법이 23일 상지대 구성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23년 넘게 끌어온 상지대 사태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그간 교육부는 총장 교체만으로 사학 분규가 해결되기 어려운데도 안이하게 사학 비리의 장본인이 학교 운영을 주도할 기회를 줌으로써 상지대 사태를 키운 책임이 있다. 교육부는 당장 대법원에 상고할 게 아니라, 이번 판결의 취지를 겸허히 받아들여 옛 비리 재단 쪽 이사회를 신속히 정리하고 민주적인 이사회를 꾸리는 게 옳다.
국내 대학 가운데 사학 비중은 85%에 이른다. 사립학교 법인은 사적 재산권 성격이 강해 자율 운영을 주장하지만 일반 재단법인과는 달리 상당한 공공성이 요구되는 것도 사실이다. 부정입학, 횡령, 교수 부정임용, 친인척 비리, 토지투기 등의 비리를 저질러 쫓겨난 인사가 학교 운영 전면에 나서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교육의 근본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다. 김씨는 학내 갈등이 더 심화하기 전에 깨끗이 물러나는 게 마땅하다.
그간 정치권과 교육당국은 사학의 공공성과 민주적인 교육가치 실현보다는 비리사학의 대변자 노릇을 하며 그들의 사적 권리 보호에 치중해온 게 사실이다. 이런 적폐 탓에 전국의 사립대학은 물론 중ㆍ고교 재단에서 부정임용, 횡령, 이사장 전횡 등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이번 판결이 부패한 국내 사학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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